[ET단상]전자칠판 표준을 만들자

[ET단상]전자칠판 표준을 만들자

바야흐로 스마트시대다. 세계 교육계가 앞 다퉈 스마트러닝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11년 ‘인재 대국으로 가는 길,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전국적인 ‘교과교실제 구축’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로 전자칠판 보급에 나섰다.

특별자치시인 세종시는 학교 전체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하고 있다. 특별예산을 편성해 현재 6차 스마트교실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160개 초·중학교에 스마트교실을 구축, 84인치 LED 전자칠판을 보급했다. 나주혁신도시 등 전국 혁신학교에도 전자칠판이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자칠판에 대한 표준이나 안전성 등 기준이 없다 보니 각급 학교에 설치되는 전자칠판이 중구난방이다. 아무런 잣대 없이 크기와 해상도를 비롯한 제반 사양이 결정된다.

스마트러닝은 예전의 멀티미디어 수업이나 ICT 활용 수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전자칠판 화면을 쳐다봐야 한다. 학생들 시력에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화면크기에 따른 가독거리와 시청 안전거리에 대한 전문기관의 연구가 절실하다. 교실 뒤쪽 학생들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해상도를 제공해야 하고, 앞자리 학생들은 디스플레이로 인한 시력 저하 등 악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믿을만한 기관이 발표한 두 가지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하나는 영국 퓨처소스(FutureSource)가 발표한 전자칠판 사이즈별 가독거리 테스트 결과다. 이 회사는 교정시력 1.0 이상인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했다. 11폰트 크기의 맑은고딕 글꼴을 기준으로 칠판과의 거리 및 화면 크기별 가독거리를 실험했다. 그 결과 학생수가 35명 이내인 교실에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이 칠판과 떨어진 거리는 대략 6.7m였고, 이 거리에서 칠판 글씨를 100% 읽을 수 있는 화면 크기는 82인치 이상이었다. 학생수가 40명인 학급은 뒷자리까지의 거리가 7.5m로 늘었고, 가독 화면 크기는 84인치가 돼야 했다.

또 다른 자료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80인치 크기 전자칠판을 기준으로 디스플레이 해상도별 최적 시청거리와 학생들 시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화이트보드형 전자칠판 위에 프로젝터로 투사하는 방식의 전자칠판은 4.8m 이상 떨어져서 봐야 안전하다고 진단했다. 풀HD급 LCD(LED) 전자칠판은 3.2m, UHD급 LCD(LED) 전자칠판은 1.6m 이상의 거리가 필요했다. 화이트보드는 우리나라 교실환경에는 적합하지 않고, 가급적이면 UHD급 전자칠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화면의 밝기 문제다. 하루 종일 화면 앞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업무용 모니터의 표준 밝기는 250~280cd/m2 정도다. 더 밝으면 눈에 피로가 축적된다. 전자칠판은 멀리 있는 학생도 잘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300~450cd/m2가 적당하다. 500~700cd/m2 정도가 되면 볼 때는 좋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너무 밝다. 시력저하는 물론이고 피로가 축적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민한 교사라면 선글라스를 쓰고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심심찮게 목격되는 상황이다.

전자칠판은 스마트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기자재다. 앞으로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학생과 교사의 건강을 고려한 전자칠판 표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위에 열거한 자료만 참고해도 우리나라 교육환경에 적합한 표준화 방향은 쉽게 도출할 수 있다. 300~450 cd/m2 밝기에 UHD 해상도를 지원하는 80인치 이상의 LCD(LED) 전자칠판이 그 답이다.

구기도 한국정보교육학회 부회장(아하정보통신 대표) gdkoo@ahain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