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가 만들고 있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과학 교육 축소 우려가 현실화됐다. 공개한 4개안 모두 지난 2009 교육과정 개정안에 비해 과학 최소 이수단위가 줄었고, 전체 필수 이수단위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구성방안 연구팀이 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개최한 ‘2015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제 개정방안에 대한 공개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황규호 이화여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날 제시한 4개안에서 과학 최소 이수단위는 지난 2009년 교육과정 개정안에서의 15단위보다 줄었다.
1안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모두 최소 이수단위를 12단위로 하고, 2안은 5개 과목을 모두 10단위로 하는 안이다. 3안은 국영수는 15단위로, 사회와 과학은 10단위로 하는 안이다. 4안은 국영수는 12단위로, 사회와 과학은 10단위로 정했다. 4개안 모두 한국사 6단위는 별도로 포함했다.
체육(10단위), 음악·미술(10단위), 기술·가정/제2외국어/한문/교양(16단위) 등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과목은 기존 교육과정안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영수는 이번 개정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영수는 최소 이수단위 증감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학교가 전체 이수단위의 50%까지로 제한한 최대치까지 편성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와 과학은 최소 이수단위에 따라 실제 수업시간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 2009년 개정안은 사회와 과학 모두 15단위가 최소 이수단위였다. 그런데 과학은 15단위에서 10∼12단위로 감소하면서 3∼5단위까지 줄게 됐다.
사회 역시 2009 개정안에서 15단위였고, 한국사도 포함됐다. 이번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사회 10∼12단위에 별도로 한국사 6단위를 포함시키면서 사회과목 이수단위는 1∼3단위까지 늘어나게 됐다.
황 교수는 “과학계에서 과학 기준시수가 사회와 역사를 더한 것과 마찬가지로 최소 16단위는 배정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하지만 한국사는 전에도 별도 시간이 있었고, 2009 개정안에 도덕까지 사회교과에 포함된 것을 보면 과학계가 요구하는 사회와 과학의 일대일 요구가 조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위수 보다 교과 학습내용을 어떻게 더 잘 만들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의견이 많았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과학기술 교육과 예술·체육 교육은 고등학교에서 훨씬 더 많이 분화시켜 주는 것이 학교의 도리”라면서 “세분화가 안돼 (과학이) 어렵고 힘드니까 학생들이 문과 통해 이과에 간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고등학교에서 과학기술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하려면 공통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보다 선택과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진로별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석 한성과학고 교사는 “문·이과의 균형적인 학습, 기초소양 함양, 융·복합적 사고 함양을 위해 과학 분야에서 기초과학 4단위, 공통과목 8단위와 과학탐구실험 2단위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수능 필수 외의 실험과목 추가를 제안했다.
<※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안 최소 이수단위 수 기준 모형>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