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장 악화로 후방 산업계가 일제히 하반기 전략을 수정하고 일부 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아예 하반기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소재·부품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 반도체·부품 업체들은 하반기 계획을 수정하거나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등 추가적인 시장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시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 불황이 후방 산업군에 엄청난 영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하반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조조정까지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완성품 업체가 하반기 전략을 수정하면서 주문량을 예상보다 대폭 줄이고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인 어보브반도체(대표 최원)는 기존 가전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에 이어 스마트폰 터치키용 MCU와 태블릿PC용 MCU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시장 수요가 예상치의 3분의 1로 감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모바일 시장 매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이 목표였다”며 “당초보다 물량이 줄어든 만큼 하반기 사업계획을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터치스크린패널(TSP) 전문 업체 에스맥(대표 이성철)도 경기도 화성시 소재 본사 건물·토지와 TSP 생산라인 일부를 얼마 전 매각하고 관련 인력을 내보냈다. 주요 설비는 베트남 현지 법인과 평택 공장으로 이전한 상태다.
또 다른 TSP 업체 멜파스(대표 민동진)도 최근 하반기 계획 수정에 이어 직원들에게 희망 퇴직을 받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주력인 커버유리일체형(G1F) TSP 매출이 크게 줄었고 뒤늦게 단층필름전극(GF1) TSP사업에 뛰어들었으나 고정 투자비용을 감당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GF1 TSP로는 신규 물량이 전무해 해당 라인에선 G1F TSP를 소량 만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문량 변동 폭이 예년보다 심하고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변경·축소·취소되는 일이 거듭되면서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연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업체도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계획을 계속해서 수정하는 바람에 제대로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느 때는 절반 가까이 발주량을 줄이는데다 신규 프로젝트 추진 여부도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