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출권거래제 시행과 관련 배출전망치(BAU) 재산정 없이 수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산업계 부담 완화를 위한 검토는 진행하지만 내년 1월 시행의 약속은 지킨다는 방향이다.
3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배출권거래제 시행 긴급 토론회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미래사회정책국장은 “BAU 재산정은 사실상 제도 연기를 의미한다”며 “BAU 재산정 없이 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배출권거래제 준비 일정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최대한 법령상 기간을 지키려고 하지만 제품가격 상승 등 경제계 부담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확대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토론회에서는 일정 연기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출권거래제 관련해서 정부가 법을 위반하면서 입법권의 신뢰성이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법은 사회적 합의로 정부와 국민 모두 지켜야 한다”며 “우선 법을 지키고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야지 법을 무시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최홍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도 “예정대로라면 지금 할당기업 지정고시가 됐어야 하지만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각 기업별 할당량을 제대로 산정하기 위한 시간조차 부족해질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일정 연기를 언급하는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시행 연기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정부가 배출권거래제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산업 전반적으로 실적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증가가 큰 여파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기업도 에너지효율 관련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은 세계 추세에 맞춰야 하는 만큼 지금 당장 시급한 사안이 아님을 강조했다. 특히 김 팀장은 배출권거래제 논의 당시부터 산업계는 계속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을 분명히 하고, 기업과 정부관 신뢰 없이 일방적으로 제도가 정해지면서 지금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한 곳이 기재부라는 점을 언급하며 경제단체 요구에 시행을 앞둔 제도 재검토를 언급하는 태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배출권거래제는 산업계 요구에 이미 2년 시행이 연기된 바 있다”며 “경제계가 매번 주장하는 준비부족 이유를 들어주고 제도 수준을 낮추는 것 자체가 특혜”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재부 국장은 “배출권거래제는 국제사회 약속이자 국민과 약속이며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다만 산업계의 우려가 있고, 시행에 따른 영향을 알 수 없는 만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우원식 의원(새정치민주)은 “배출권거래제는 미래 경쟁력과 국제사회 약속을 생각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시행이냐 연기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시행할 것인지 방법론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