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신화 숨은 공신 `특수 효과`

진도 앞바다 울돌목 가운데 선 피섬을 뒤로한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이 왜군의 안택선(아타케부네)과 관선(세끼부네) 네 척에 둘러싸인다. 거세게 흐르는 물살을 뚫고 왜선은 급기야 장군이 탄 판옥선에 올라 백병전을 시도한다. 조선 수군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 장군은 판옥선의 화포 29문을 모두 바깥쪽 왜군에 집중해 쏘라고 명령한다. 작전은 적중했다. 조선 판옥선은 사방의 왜선에 큰 충격을 입히고 유유히 포위망을 빠져나간다.

명량 신화 숨은 공신 `특수 효과`

개봉 7일 만에 관객 660만명을 돌파하며 우리나라 영화 흥행사를 새롭게 쓴 ‘명량’의 전투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지만 왜군 배와의 충돌이 자연스러워 당시 전투의 생생함이 오롯이 전달된다. 명량 신화의 숨은 공신 특수효과(VFX)가 만들어낸 성과다.

영화 명량의 VFX를 총괄한 매크로그래프(대표 이인호)의 강태균 실장은 영화제작 초기에 김한민 감독의 시나리오를 보고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전체 전투신의 70%가 배와 바다를 무대로 펼쳐졌다. 물을 소재로 한 영화 ‘해운대’가 있었지만 규모가 달랐다. 사극이란 점에서 나머지 장면도 첨단 기술이 필요했다.

강 실장은 최고 시속 24㎞의 거센 바다를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점으로 꼽았다. 그는 울돌목 바다를 재현하기 위해 수십 차례 촬영을 반복했고 ‘파랑’이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 물의 이미지를 재현했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큰 대조기의 바다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물 소용돌이와 물보라, 거품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실제로 만든 네 척의 배로 수백 척의 효과를 내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현실에서 만든 배는 우리 수군의 판옥선 한 척과, 왜군의 대장선인 안택선 한 척, 관선 두 척이 전부였다. 수백 척의 왜선과 판옥선 11척을 재현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이 동원됐다. 배간 충돌로 인해 부서진 배와 물속으로 가라앉는 왜군의 배 모두 CG가 빚어낸 산물이다.

더욱 어려운 대목은 역사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조선수군과 왜군간 전투 재현이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바다의 물살과 배들의 충돌을 수십 차례 모의실험을 거쳐 만들어낸 결과다. 강 실장은 “왜군과 조선군의 백병전은 물론 배안의 소품과 시설까지 VFX가 활용됐다.

강 실장이 명량에 사용된 기술 성과에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면 허점이 곳곳에 드러난다”며 “김 감독의 빠른 장면 처리가 이를 덮어줬다”고 고백했다. 김한민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최종병기 활에서 보여줬듯 빠른 전개로 영화의 매순간을 긴장시키면서 영화 몰입을 높였듯 명량에서도 장면을 빠르게 전개한 것이 VFX의 한계를 채웠다는 평가다.

그는 “국민 누구나 너무도 잘 아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흥행한 것 역시 김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만들어낸 감동”이라며 “영화 명량은 해전이란 특수상황을 만들어내며 한국 영화 VFX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