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3일자로 선정한 ‘오늘의 차트(The chart of the day)’는 노키아의 역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휴대폰 사업 매각 발표 직전일인 작년 9월 2일 주요 휴대폰 업체의 주가를 모두 ‘0’으로 놓고 1년 뒤인 현재의 증감률을 보여준 이 차트에 따르면 노키아는 97%나 급증했다.
반면에 삼성을 비롯해 HTC, 블랙베리 등 대다수 업체의 주가가 모두 곤두박질쳤다. 애플만 겨우 30%대의 상승률을 유지, 체면치레했다.
그런데 한 때 생사의 기로에 섰던 노키아의 주가는 고공행진이다. 시장은 노키아의 저력을 봤던 거다. 바로 ‘특허’다.
최근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분석 전문기업인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가 내놓은 IP노믹스(IPnomics) 보고서 ‘노키아, 어디를 정조준하나?’에 따르면 노키아는 휴대폰과 관련해 총 6443건의 특허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디지털 정보전송(1452건)을 비롯해 △무선통신 네트워크(904건) △디지털 데이터 처리(730건) △전화 통신(513건) △전송(486건) 등이 타 업체나 기관의 특허 등록에 다수 인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노키아가 제기하는 특허소송건은 정작 감소세다. 이른바 ‘사나포선(Patent Privateering)’으로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는 대신 특허관리전문업체(NPE) 등 제3자를 앞세워 실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지난해 MS로 휴대폰 제조 부문을 넘기면서 회사의 라이선스 비즈니스 전략이 직간접적으로 노키아로 이전될 개연성이 커졌다.
합리적인 라이선스 계약보다는 MS 윈도폰과 경쟁관계에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노키아의 특허가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 노키아의 특허는 휴대폰 제조는 물론이고 통신 서비스와 장비, 반도체, 헬스케어, 심지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로 인용되고 있다.
IP노믹스가 꼽은 ‘노키아 공격 리스크 톱11’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노키아의 특허를 한 번이라도 자사 특허에 인용한 기업은 총 3475개사에 달했다. 타사 특허를 공식 인용했다는 것은 향후 분쟁의 소지가 높다는 얘기다.
노키아와 MS가 특허 공세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도는 요동친다. IP 라이선스 비용과 소송 리스크는 스마트폰 제조 경쟁력과 직결된다. 삼성과 MS의 특허전은 이미 시작됐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휴대폰 제조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한 이후 노키아에게 남은 건 특허뿐”이라며 “이를 무기로 노키아는 이제 ‘IP 공격자’로의 대변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