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김주리]<46>주방으로 침투한 Iot 서비스 `오렌지셰프`

‘오렌지셰프(Orange Chef)’는 주방을 겨냥한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이다. 자체 제작 ‘프렙패드(PrepPad)’와 모바일 앱으로 음식물 구성정보를 제공한다.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등록해 5만달러 모금에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구글벤처스 투자 유치에 이어 최근 상당 규모 투자 유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지에선 거실을 넘어 주방에 진출하려는 구글의 포석으로 거론되고 있다.

프렙패드를 통해 음식물 구성정보를 알 수 있다.<사진출처:오렌지쉐프 페이스북>
프렙패드를 통해 음식물 구성정보를 알 수 있다.<사진출처:오렌지쉐프 페이스북>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오렌지셰프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김주리(다음커뮤니케이션 투자본부장)=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내가 먹는 음식의 영양소 구성정보를 준다. 서비스는 자체 제작 프렙패드와 앱으로 제공된다. 사용자는 앱에 나이와 키, 몸무게 등 신체정보를 입력하고 섭취한 음식물 정보를 입력한다. 서비스는 30만개의 음식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프렙패드는 일종의 스마트저울이다. 음식물 중량을 측정해 블루투스로 앱에 정보를 보낸다. 앱과 프렙패드로 사용자는 해당 음식물 영양 및 중량 정보를 파악하고 이상적인 레시피를 추천받는다. 파스타를 만든다고 하면 5인분용 면을 올리면 양을 더하거나 빼라는 메시지를 준다. 다이어트 식단이라며 사용자 신체정보에 맞는 적정량을 파악해 ‘면 100g을 덜어내세요’란 지침을 얻는다. 이후 소스 재료를 올리면 단백질 부족, 지방 과다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진욱=오렌지셰프를 추천하는 이유는.

▲김주리=삶의 질, 웰빙을 추구하는 건 국내와 해외가 똑같다. 내가 먹는 음식을 알려는 욕구가 커지는데 제품 포장에 표기된 표준화된 정보로는 사실 부족하다. 나에게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는 욕구가 커진다.

사물인터넷이라고 해서 거실이 주목받았는데 주방도 거실 못지않게 가치 있는 공간이다. 먹는 것은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한 일이다.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 정보는 웰빙을 중시하는 시류와 함께 더욱 가치가 오른다.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주방이다. 오렌지셰프는 이 공간을 잡으려는 시도다. 마케팅과 유통 등 이들이 취하는 현명한 전략도 시사점이 있다.

-정진욱=오렌지셰프의 수익모델은.

▲김주리=프렙패드와 주변기기 판매다. 패드 가격은 190달러 수준이다. 패드가 음식물에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주변 액세서리 등도 판매한다.

-정진욱=앞서 말한 현명한 전략은.

▲김주리=프렙패드는 분명 IT기기지만 이들은 제품을 IT기기가 아닌 하이앤드 주방용품으로 포장했다. IT기기는 기술 트렌드에 비교적 둔감한 주부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어려움에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반면에 주방기기는 어렵다는 선입견도 없고 새로운 제품이라면 주부로서 한 번쯤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IT기기가 아닌 삶을 질을 높여주는 주방기기라는 포지션이 주부 관심을 부르고 소비를 촉진한다.

이런 의미에서 제품 유통을 직접 하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회사는 ‘윌리엄스 소노마’란 현지 유력 주방용품 체인에서 기기를 유통한다. 주방용품 매장에서 파는 만큼 주방용품이란 인식을 처음부터 줄 수 있다. 사실 유통은 작은 스타트업이 혼자하기 힘든 분야다. 마진을 일정 부분 포기해 직접 잘 할 수 없는 걸 다른 업체에 넘기는 슬기로움을 보여준다. 잘하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스타트업 본연의 강점을 잘 살렸다.

-정진욱=웰빙이 대세라지만 모든 사람이 건강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사용층이 제한적인 게 아닌가.

▲김주리=사실 이런 서비스는 온 국민이 대상이 아니다. 카카오톡처럼 온 국민이 써야 의미 있는 서비스도 있지만 일부 소수로 충분한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도 있다. 하이앤드 서비스는 수익성으로만 보면 모든 사람이 쓰지 않아도 의미 있다. 사실 최근 주목받는 스마트와치도 상황이 비슷하다. 조본·핏비트 같은 서비스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이지만 마니아를 중심으로 사용자층을 넓히며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렌지셰프도 마찬가지다.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며 천천히 확장하면 된다.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여성, 식단조절이 필요한 환자 등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서비스다.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장이다.

-정진욱=별도 기기를 구비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장벽이다. 기존 태블릿PC에 앱 다운으로 기능을 대신하는 방법 등이 나온다면. 음식물을 하나하나 입력하는 것도 귀찮다.

▲김주리=모든 기능을 기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통합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주방기구라는 포지셔닝이 주요 고객인 주부를 공략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모바일 서비스 특성과도 연결된다. PC시대 포털처럼 모든 걸 하나로 통합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버티컬 서비스가 사용자 마음을 끈다.

음식물 정보를 넣는 것도 그다지 높은 장벽은 아니다. 포장 제품이라면 바코드 스캔으로 해당 식품 구성정보를 간단히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음식이라도 정보 입력은 1회로 그친다. 자주 먹는 샌드위치가 있다면 처음 한 번만 정보를 입력하면 이후로는 저장된 데이터를 불러오면 된다. 일반인에겐 이 작업이 무척 귀찮을 수 있지만 다이어트 하는 여성이나 식단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겐 충분히 감수할 만한 노력이다. 주요 고객 성향을 감안하면 높은 허들이 아니다.

-정진욱=국내 상황은 어떤가. 오렌지셰프 같은 접근이 유효할까.

▲김주리=난이도가 좀 더 높다. 우리 음식은 미국과 달리 국물이 많다. 데이터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타깃이 2030 젊은층이라면 이들은 국물 음식 선호도가 낮다. 국내 포털 서비스에 엄청난 레시피 정보도 있다. 사실 이런 류의 서비스는 당연히 글로벌로 가는 게 맞다. 하드웨어 보급이 선행돼야 하지만 오렌지셰프처럼 현지 대형 유통망을 통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정진욱=기본적으로 하드웨어가 필요한 구조다. 국내는 하드웨어 제조가 어렵지 않나.

▲김주리=설계만 직접하고 중국 제조업체에 위탁·생산할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 많이 쓰는 방식으로 하드웨어 제조는 문제가 아니다.

-정진욱=오렌지셰프 같은 창업을 준비하는 팀이 있다면 투자 의향은.

▲김주리=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 둘 다 필요하다. 특히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오렌지셰프에 없는 다른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신선도 측정 등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투자 가능성 80%다.

-정진욱=오렌지셰프가 시사하는 것은.

▲김주리=IT는 디바이스나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의 삶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오렌지셰프는 이런 트렌드를 빨리 읽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들었다.

[표]김주리 본부장이 평가한 오렌지셰프.

[표]오렌지셰프 현황.

(자료:크런치베이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김주리]<46>주방으로 침투한 Iot 서비스 `오렌지셰프`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김주리]<46>주방으로 침투한 Iot 서비스 `오렌지셰프`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