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법안(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년 넘게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가운데 정부가 투자한도 확대와 중개사업자에 대해 일부 온라인 광고와 자문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반면 벤처업계는 투자자 환매허용과 세액공제 등을 담은 보다 획기적 육성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시각차에다 현안에 밀려 논의가 지연되면서 관련 법령의 연내 법제화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 법안을 발의한 국회 신동우 의원실과 관련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최근 업무 협의를 거쳐 △개별기업 투자한도를 500만원까지 허용(기존 200만원 제한) △투자자의 연간투자 한도 폐지(기존 일정금액으로 제한) △중개사업자의 온라인광고와 자문 부분적 허용(기존 전면 금지) 등의 내용을 반영하는 쪽으로 개선 방향을 잡았다.
벤처업계는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으로, 창조경제추진단·창조경제연구회 등을 주축으로 기존 법안을 대신할 별도 법률안을 마련, 의원입법 형태로 수정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법안에는 크라우드 펀드 투자자에 대한 환매제도 전면 개방과 투자자에 대한 세액공제까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벤처업계는 중간 환매제도를 열어두지 않고서는 투자 선순환이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금융위는 1년간 환매를 제한해 2차 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액 공제 역시 적극적 투자유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세제와 연계돼 있어 기획재정부의 수용 여부에 불확실성이 많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 요구를 반영해 일부 제한을 완화할 수 있지만 ‘활성화’ 이외에 ‘투자자 보호’ 측면도 반드시 검토돼야 한다”며 “특히 중개사업자가 직접 투자를 하며 자문까지 하겠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허용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벤처업계 고위 관계자는 “세계가 크라우드 펀딩을 적극 활용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법안 마련을 놓고 논의만 반복해 왔다”며 “이왕 조기 법제화가 늦어졌다면 크라우드 펀딩을 활성화할 진일보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분야다. 미국과 이탈리아·영국 등이 최근 1~2년 새 관련 법안을 마련했고 우리나라보다 법제화에 늦게 나섰던 일본도 지난 5월 크라우드 펀딩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법률안 발의 이후 1년이 지나도록 관련 내용을 놓고 정부와 업계 간 공방만 지속하고 있다. 각자 주장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의 장점을 살리면서 우려되는 점을 보완할 심도있는 논의와 방향성 정립부터 시급하다는 비판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