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 "창업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 돈 버는 것보다 경영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신문 연재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 결산 세미나

전자신문은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지난 6개월간 연재한 화재의 칼럼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 결산 세미나를 21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창업 열풍에 힘입어 큰 호응을 얻었던 칼럼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필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창업, 성장, 성공적 엑시트(exit)에 이어 후배 창업가들을 키우는데 혼신을 다하고 있는 권 대표로부터 생생한 경험담을 듣고자 200여명의 독자가 모였다.

1부 강연은 권 대표가 그동안 연재한 칼럼을 △왜 아직도 창업인가 △기업가정신 △스타트업 경영학이란 무엇인가 △비즈니스모델 네 가지 주제로 분류해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21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스타트업 멘토링 결산 세미나`에서 칼럼의 주요 내용을 강연하고 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21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스타트업 멘토링 결산 세미나`에서 칼럼의 주요 내용을 강연하고 있다.

◇창업은 끊임없이 배워가는 과정

권 대표는 창업은 수영을 배우는 것,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정의했다. 물에 빠져 죽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물가로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수영을 가르치는 것이란 설명이다.

권 대표는 “언젠가 맞닥뜨릴 변화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면 어릴 적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사실 젊은시절 창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경험’에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책이나 공부, 시험, 면접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나 자신의 발견’이 창업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 제고를 위한 요소로 △낙관주의 △주도적 자세 △책임감 △결과중심 주의를 꼽았다. 창의성과 같은 모호한 이야기보다는 이 같은 요소와 실행력이 겸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경영의 진정한 정신은 이웃을 향한 봉사 즉 이타주의에 기반한다”며 “이웃을 속여 이익을 얻는 성공은 진정한 의미의 경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린 스타트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일반적인 경영학은 검증된 시장과 제품을 어떻게 실행을 하는지 알려주는 대기업용 경영학이라 스타트업에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은 가설검증을 위한 미니멈 제품으로 고객의 욕구와 작동 여부를 빠르게 ‘탐색’해 나가야 한다. 거창하고 영웅적인 실행보다 시행착오가 많은 탐색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성공한 창업자 상당수가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에서 나왔다며 결과보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설검증하고 형용사는 빼라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만나면 스마트폰을 꺼내 제품부터 보여준다. 하지만 권 대표는 제품보다는 ‘고객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가장 먼저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당신 고객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공감만 가면 제품이 없어도 투자자들이 몰려들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제품이나 기능에 너무 집착하고 정작 고객의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계획서에서 ‘형용사’를 최대한 배제할 것도 주문했다. 권 대표는 그간 검토한 사업계획서에서 확인했던 다양한 형용사를 소개하며 “형용사는 마치 자신이 그것을 다 가진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자기 기만을 불러일으킨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형용사를 금지어로 선정해 걸러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앞으로 검토하는 사업계획서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권 대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글로벌기업이 국내에서 생기지 않는 이유는 ‘경영’에 있다고 본다”며 “기술과 사람, 언어의 약점을 극복하고 자본을 흡입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받고 돈 버는 것보다 창업으로 경험을 쌓고 경영을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은 지난 1월 8일부터 7월 21일까지 주 3회, 총 81회 게재됐다. 매 칼럼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며 창업자 및 예비 창업자가 꼭 읽어야 하는 ‘스타트업의 바이블’로 자리 잡았다. 이 중 권 대표가 꼭 읽어보길 권하는 칼럼 10개를 꼽아 정리했다.

1. 사업은 쉽다(9회):권 대표가 스스로 ‘염장 칼럼’이라고 부르기도 한 이 칼럼은 ‘고객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기존 해결책보다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면 사업은 순항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경영원리를 담고 있다.

2. 형용사를 제거하라(13회):많은 창업가가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사용하는 형용사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이다. 권 대표는 형용사를 ‘사업가를 혼돈으로 이끄는 사이렌의 노래와 같다’고 정의했다.

3. 그들은 욕망을 은밀히 채우고 있다(18회):경영학의 ‘전환비용’이라는 개념을 남녀 간 애정으로 비유해 쉽게 풀어 설명했다.

4. 가치의 중요도(25회):‘천기누설 칼럼’이라고 명명된 이 칼럼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으면서 영원히 지속할 사업 아이템의 비밀을 소개했다.

5. 공동창업자 협약(29회):사업이 잘 안 되면 아무 문제가 안 생긴다. 그러나 사업이 잘되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가 공동창업자들 간의 분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비법을 공개했다.

6. 잘하기 위해 하는 일이 본질을 훼손한다(30회):스타트업의 사업이 삼천포로 쉽게 빠지는 이유는 잘 하기 위해 너무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성장보다는 본질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조언이 담겼다.

7. 실패로부터 배우는 걸 실패하는 실패(35회):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실패가 많다. 실패는 반복하기 쉽다. 권 대표는 ‘꿀벌이 꿀을 모으듯’ 작은 성공을 차곡차곡 모아 성공 경험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 가짜로 진짜를 만들 수 있는가(55회):스타트업이 쉽게 빠지는 유혹이 바로 고객을 속여 흥행을 만들고자 하는 유혹이다. 서비스에 마중물은 필요하지만 절대 가짜로 진짜를 만들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이야기했다.

9. 직원은 늘었는데 일은 더 느려지는 이유(70회):수평적 조직을 유지하지 못하면 조직의 효율은 없어진다. 직원의 권한을 빼앗아 중간관리자에게 주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권고의 칼럼이다.

10. 문제는 경영이야 바보야(80회):권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다른 여러 가지 요인보다 경영의 미숙함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