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잇따라 연비규제 강화 정책 마련에 나섰다. 자동차에 표기되는 연비와 실제 주행연비가 다르다는 만성적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EU 집행위원회(EC)가 자동차 연비 측정 조건에 ‘로드테스트(실 도로 주행 시험)’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통신 등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PA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연비를 측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 중이다. 특히 이론적 숫자 대신 실제 도로에서 측정된 공기저항 및 도로마찰 계수를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릴 방침이다.
포드와 현대차, 기아차 등에서 연이어 연비과장 사태가 터지자 미국 내에서는 “연비측정을 더욱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크리스 그룬들러 EPA 교통 및 대기오염 담당 국장은 “로드테스트 방식은 이미 몇몇 자동차 회사가 사용하고 있다”면서 “모든 자동차 회사가 이 같은 방식을 따르도록 규제를 제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C는 연비 측정을 실험실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하는 방안을 담은 법률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 EC 관계자는 “실제 주행환경을 반영하는 측정 기준이 연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C는 특히 연비과장이 온실가스 및 유해가스 배출량을 실제보다 작게 보이도록 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강화된 연비측정 기준이 도입되면 이 지역 수출이 많은 국내 자동차 제조업계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려면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적인 연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욱 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EPA의 새로운 연비기준이 도입되면 하이브리드차 연료효율성은 크게 낮아지는 반면에 디젤차 연비는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면서 “기존 연비 개선 정책까지 맞물리게 되면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