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시대, 구글은 왜 손목시계에 주목했을까

[테크홀릭] 요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핫’하다. 하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역사를 따져보면 시초라 할 수 있는 제품은 이미 1960년대 MIT 미디어랩이 연구를 시작한 것이었다. 1970년대 중후반 등장한 HP 손목시계형 계산기는 70∼80년대생이라면 어린 시절 한번쯤은 봤을 만큼 주위에서 흔히 접해본 적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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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본격적으로 컴퓨터라는 범주로 부를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2006년 나이키와 애플이 합작해 요즘 웨어러블 제품이 집중하는 피트니스 관리 역할을 수행하는 나이키플러스아이팟(Nike+iPod)을 내놨다. GPS와 와이어리스 데이터 통신이 자리 잡은 시기를 기점으로 제법 오래 전부터 스포츠 분야에선 소형 단말을 중심으로 심박 측정 센서나 압력 측정 센서를 신체에 밀착시키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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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현실화 혹은 실용화의 길을 걷는데 걸림돌이 됐던 건 단순히 소형화 문제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이런 까닭에 포터블 MP3 플레이어를 기점으로 점점 기능성을 강화해온 포터블 스마트 디바이스가 등장한 2000년 중반부터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이면에는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분리해 연동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 발달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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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로이드웨어, 보편적 웨어러블OS의 등장=스마트폰 보급을 다진 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였듯 올해 3월 등장한 안드로이드웨어는 이런 웨어러블 디바이스 보급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안드로이드웨어는 앞서 등장한 일종의 가상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구글나우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쓸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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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범용 운영체제 형태로 등장하면서 여러 브랜드가 시계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워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웨어를 채택한 첫 제품은 LG전자 G워치와 삼성전자 기어라이브, 그리고 모토로라의 모토360이다. 안드로이드웨어는 시계 형태 단말기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음성 인식과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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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웨어 발표 당시 첫 선을 보였고 데모 제품으로도 활용됐던 LG전자의 G워치를 살펴보면 안드로이드웨어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현 주소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들보다 앞서 등장했던 갤럭시기어가 소화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점과 활용도에 대한 딜레마는 안드로이드웨어 기반으로 넘어오면서 상당 부분 해소되거나 안정화된 모양새다.

G워치의 기본 입력 시스템은 음성 인식이다.

G워치는 방수 성능 확보를 위해 밀폐형 접점을 적용했다.

자석을 써서 충전독과 연결하는 시스템은 제법 편리하다.

음성 인식을 중심으로 한 입력 방식은 구글나우가 구글 검색을 기반으로 깔고 있기 때문에 엉뚱하게 동작할 수 있지만 한 손이 구속된 채 다른 한 손 조작만 이용할 수 있는 손목시계형 디바이스의 특성을 감안하면 음성 인식 입력 방식은 이 형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일 것이다.

안드로이드웨어 자체가 아직 초기인 만큼 다양한 앱이 이를 뒷받침해주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스탠드얼론으로 만보계 기능만 수행할 수 있는 피트니스 기능도 앞으로 심박 센서, 런타스틱 등 전문 피트니스 매니지먼트 앱과 연동하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다만 구글나우에 대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동 운영체제이고 구글나우 자체는 구글 검색과 G메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이를 제대로 쓰려면 종속적으로 따라할 게 존재한다.

◇ UX 설계 기반으로 긍정적 시각 확보해=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그래왔듯 안드로이드웨어를 얹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결국 운영체제 완성도에 따라 효용성이나 값어치를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UX를 기반으로 설계한 운영체제의 등장 전후를 기준삼아 평가하면 G워치는 하드웨어적으로도 제법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여전히 두껍다는 평은 있지만 착용감이나 무게 등에 있어선 보통 손목시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G워치는 방수 성능도 생활방수 수준을 조금 웃도는 IP67 등급이어서 1m 가량 수심에서도 문제가 없다. 방수 성능을 갖췄기 때문에 충전 기능은 전용 독을 이용한다. 방수 처리한 접점이 독 접점과 닿아 배터리를 보충하는 식이다. 눈길을 끄는 건 커넥터. 커넥터 연결 방식이 아니라 애플 맥세이프와 비슷하게 자석 접촉 방식을 취해 커넥터 연결보다 훨씬 간편하다.

물론 스마트폰이 꾸준히 겪는 딜레마와 마찬가지로 스마트워치 역시 전원 공급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초기 등장한 스마트워치는 하루를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전력소모량을 조절해도 24시간을 넘기기 어려웠던 것. G워치의 배터리는 400mAh로 전력 소모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48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초기 스마트워치보다 늘어난 것이지만 안드로이드웨어 활용도가 늘어난다면 이 시간은 짧아질 수 있다. 배터리 사용시간은 모든 제품에게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G워치는 기어 라이브 같은 제품이 손목에 닿는 부분을 곡면 처리한 것과 달리 조금 평범한 디자인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보통 시계를 착용한 것과 다르지 않고 무게도 63g으로 가볍다. 시계줄은 신축성 재질로 만들었고 22mm 폭 규격품 시계줄로 바꿀 수도 있다. 덕분에 착용감을 끌어올리고 개성을 살리기도 좋다.

G워치는 작은 화면에 제한적인 정보 표시 기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입력 방식은 구글 자연어 입력을 기반 삼은 음성 인식 방식을 주로 쓴다. 물론 음성 명령이 곤란한 상황에 대비해 멀티터치를 이용한 입력 방식도 지원한다.

G워치는 피트니스 용도의 경우에는 만보계 기능만 갖추고 있다. 심박 센서 부재가 아쉬울 수 있지만 손목에서 측정하는 심박 데이터가 정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별도 심박 센서와 연동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G워치는 시각적인 면을 비롯한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 8월 25일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형 G워치의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제목은 완벽한 원형을 위해(For a Perfect Circle)이다.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인 IFA2014 기간 중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신형 G워치는 모토360과 마찬가지로 둥근 화면을 채택한 스마트워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티저를 통해 공개된 화면을 보면 둥근 손목시계 화면 외에 보수계와 나침반, 거리 표시계 등이 자리잡고 있다.

G워치의 경우 구글과 디자인을 협력해 만든 것이지만 신형 모델은 LG전자가 단독으로 디자인을 한 것이라고 한다. 외신에선 이 제품이 G워치R, 가격은 250달러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왜 손목시계 형태일까=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실 다양한 형태로 이미 존재한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가장 많은 기능을 구현하고 특정 분야만 지향하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워치가 주목받고 있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손목시계 형태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웨어러블이라는 표현을 가장 쉽게 떠올리는 의류에서 손목시계보다 더 단순한 형태인 암밴드, 오랫동안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던 구글글라스로 대표되는 안경, 반지와 신발, 패치 등 신체에 밀착하거나 거치할 수 있는 모든 형태를 통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구글이 스마트워치를 겨냥한 안드로이드웨어라는 운영체제를 선보인 이유는 이런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나와도 용도에 특정하지 않고 입출력 장치 관련 요소에 있어 웨어러블 형태로는 손목 착용 형태가 가장 효과적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안드로이드웨어는 서버 역할 격인 스마트폰이 아닌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제어하고 통제하도록 역할을 배분하는 형태를 취한다. 이는 구글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핵심 단말 형태로 손목시계 형태를 취한 이유와도 통한다.

이를 증명하듯 스마트워치 시장 전망은 뜨겁다. 올해 시장 규모만 해도 900만대에 이르지만 내년에는 3,00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장지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