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충전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쓰비시, 혼다, 도요타, 닛산 등 4개 일본 자동차 기업은 공동 출자를 통해 ‘일본 충전서비스’를 설립했다.
일본 충전서비스는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업 보조와 충전시설을 운영 및 관리하는 회사다. 총 시설 설치비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나머지 금액과 유지 비용은 4개사가 함께 출자해 관리한다.
충전 스탠드를 설치하는 사업자의 설치비를 부담해주는 대신 설치된 스탠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취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어 일본의 편의점 체인인 훼미리마트가 자사에서 운영하는 500개 점포에 전기차용 급속충전 스탠드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설치 및 유지비용은 모두 일본 충전서비스가 부담할 예정이다. 훼미리마트 측은 “전기 충전 스탠드를 설치해 고객 유치에 큰 유인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훼미리마트에 설치할 충전 스탠드는 ‘재팬 차지 네트워크’의 운영 시스템이 유력하다.
일본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기반으로 민간 기업의 협업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 가고 있다. 충전 인프라 제조사 간의 시스템 호환이 이뤄져 사용자 효율성이 더욱 올라가면 일본발 전기차 열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완성차 측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상황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무르는 日
지난 2009년 닛산에서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 이후 일본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013년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9만5000여대로 2012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닛산의 ‘리프’와 미쓰비시 자동차의 ‘아이미브’는 전기차 시장의 주류 상품으로 꼽힌다. 이들 차량은 300엔 정도의 전기 요금만 내면 약 200km를 주행할 수 있는 낮은 연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닛산과 미쓰비시 양사는 저가형 전기차를 공동 개발 및 생산하기로 했다. 2016년을 목표로 업계에서 가장 싼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경차형 전기차 개발이 성공하면 차체 가격을 150만엔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미쓰비시의 아이미브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178만9360엔(약 1700만원)에 살 수 있다.
◇갈 길 먼 국내 시장
반면 우리나라는 ‘2015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100억원 투자를 진행했지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및 제품 보급률은 일본 대비 현격하게 낮은 상황이다.
이 같은 전기차 보급 확대 및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한국 또한 전기충전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기본이 돼야 한다.
다만 완성차 업계에 비하면 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은 LG화학과 삼성SDI를 필두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이 같은 강점을 살려 배터리 업계와 협업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 시장 개척을 위한 유력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충전 인프라 호환성이 대중화 핵심
현재 일본 전국에 설치된 전기충전용 스탠드는 총 8000대가량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충전 방식, 과금 형식이 통일돼 있지 못하고 설립 회사별로 각기 다른 방식을 사용해 전기충전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보급 방식의 통일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다.
업계는 대다수의 전기 스탠드가 사용하는 개별 회원제 카드 인증 시스템이 대중화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전기차 소비자가 주로 이용 중인 회원제 전기충전 시스템은 ‘차데모차지’와 ‘재팬 차지 네트워크’ 2개 회사다.
양사는 각각 다른 완성차 업체와 에너지 관련 기업이 합작 투자해 설립한 충전 인프라 시스템으로, 서로 다른 인증 시스템 때문에 상호 호환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전기차 운전자가 충전 인프라를 사용할 때 효율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일본 외신은 “어떤 방식의 기계에도 활용이 가능한 통일된 시스템과 회원 가입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충전기 보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