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헬스케어사업, 규제 적고 진입장벽낮은 "해외로"

이동통신 업체들이 국내 헬스케어 산업 규제를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의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미국,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우선 진출해 기술·서비스 역량을 기른다는 전략이다.

KT는 연세의료원과 안질환 ‘트라코마’ 환자 관리를 위한 모바일 앱을 개발해 개발도상국에 배포한다고 28일 밝혔다.

KT와 연세의료원이 공동 개발한 안질환 `트라코마` 환자 관리 앱을 28일 출시했다.
KT와 연세의료원이 공동 개발한 안질환 `트라코마` 환자 관리 앱을 28일 출시했다.

트라코마는 각막·결막에 흉터를 남겨 시력 손상을 불러오는 질환이다. 위생·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주로 발병한다.

감염된 환자에 관한 정보와 눈 상태를 앱에 등록하면 의사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원격 검진을 하고 수술일정 관리, 증상관리, 치료통계 관리까지 일원화할 수 있다.

아프리카 말라위 보건부와 협력해 앱을 배포, 보건인력이 앱을 활용해 올해 말까지 약 50만명의 환자를 검진·관리하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나노엔텍을 인수하고 지난 2012년 중국 티엔롱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올해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과 협력해 사우디에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하고 의료용 모바일 앱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선전에 헬스케어 연구개발(R&D)센터와 메디컬센터를 열었다.

통신업체들이 해외에서 헬스케어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국내에 비해 법규정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의료법은 환자 정보를 의료기관이 아닌 업체가 수집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모바일 앱 서비스 등으로 원격진료를 하는 데 제약이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병원과 공동출자한 합작사 헬스커넥트가 환자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강력한 규제 생태계가 구축돼 있는 통신시장에 비해 헬스케어는 외국계 업체들에 좀 더 개방적이라는 점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업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국마다 다른 정부 통제와 규제를 받아야 해 사실상 외국계 업체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며 “헬스케어사업 역시 의료 관련 법률 등 규제가 있지만 해외 업체를 차별하지 않아 진입하기 좀 더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임용업 SK텔레콤 헬스케어전략팀장은 “체외진단기기, 스마트병원 솔루션 등 중점 사업을 규제가 낮고 시장이 큰 해외에서 우선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