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20개가 넘는 모바일게임을 원 빌드 버전으로 세계 시장에 출시합니다. ‘고품질 게임’과 ‘치밀한 운영’이라는 두 가지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우리의 화두인 ‘글로벌 시장’을 제대로 개척하겠습니다.”
정우진 NHN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설립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의 수장이다. 과거 한게임은 고수익 게임 업체의 대명사였지만 올해 2분기 적자를 냈다. 네이버와 분리한 뒤 대표이사를 맡은 6개월 동안 정 대표는 “하루에 15개가 넘는 스케줄을 소화하는 날이 부지기수”라는 말로 고군분투를 표현했다.
그는 “회사가 3~5년 뒤 어떻게 성장할지 고민하고 현재 문제를 살펴보니 결국 해답은 글로벌”이라고 진단했다. 높은 해외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정 대표는 단순하지만 가장 기본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흥행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운영과 사업 모델까지 최고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슈퍼셀을 벤치마크 대상으로 꼽았다. 북미나 유럽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신화를 쓴 ‘클래시 오브 클랜’을 해보면 슈퍼셀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도록 만드는 동기 부여를 치밀하게 고려했다”며 “단기간에 무리하게 돈을 벌기보다 긴 시간 동안 고객과 호흡하면서 즐거움을 주는 점은 본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국가 별로 언어만 바꿀 뿐 게임 내용은 그대로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를 ‘원 빌드’라고 표현한다. 당연히 개발과 운영에 드는 비용이 적다. 정 대표는 앞으로 자사 게임도 원 빌드를 지향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 1년간 NHN엔터테인먼트는 해외 사업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라인 디즈니 쯔무쯔무’ ‘라인팝’ 등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여러 국가에서 상당한 실적을 냈다. 특히 라인 디즈니 쯔무쯔무는 일본에서 월 수백억원 매출을 벌어들이는 효자다.
정 대표는 “월 수백억 원 매출과 어마어마한 트래픽이 몰리는 게임을 경험을 가진 국내 기업은 한두 곳에 불과하다”며 “일본에서 성공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북미와 중국 등에서도 향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실적 하락을 부채질한 웹보드게임 규제에는 섭섭함을 표하면서도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웹보드게임 규제가 아쉬웠지만 게임업계 경쟁력이 저하된 가장 큰 이유가 규제 때문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오히려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너도나도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내기 급급한 업계의 현주소가 경쟁력을 약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반성한다”며 “결국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지 않으면서 고객은 해외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최근 NHN엔터테인먼트는 활발한 기업 인수와 투자를 벌였다. 일각에서는 업종을 바꾸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정 대표는 “게임은 대박도 나오지만 참패를 겪기도 하는 흥행 산업”이라며 “최근 인수와 투자는 보다 게임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수익원 다변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게임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