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우버를 처음 이용해봤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저녁 자리가 유쾌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집에 가려는데 교통편이 막막했다. 자정 즈음에 강남역과 신논현역 주변에서 택시를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문득 스마트폰에 설치한 우버 앱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곧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국산 최고급 승용차가 왔다. 늦은 시간까지 쌓인 피곤이 쾌적한 승차감 덕분에 시나브로 풀어졌다.
요즘 우버 불법 논란이 거세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81조를 근거로 택시 영업 요건을 갖추지 않은 우버는 재고의 여지없는 불법 서비스라고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반면에 우버는 새로운 공유 경제 모델을 낡은 법 테두리에서 옭아맨다고 반박했다. 영업 방식 역시 기존 렌터카나 카풀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버 주장이 옹색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 캐나다 밴쿠버와 벨기에 브뤼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이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우버는 불법 서비스로 결정났다. 프랑크푸르트 법원은 우버가 영업을 강행하면 건당 3억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강경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우버 불법 논란에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빠졌다. 바로 ‘시민’, 즉 우버 이용자다. 앞서 개인적 경험을 얘기했지만 우버는 매우 쓸모 있는 서비스다. 주변 지인들 역시 칭찬 일색이다. 평일 밤 강남역 사거리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차선까지 나와서 택시를 잡는 시민이 수백 명에 달한다.
이른바 불금에는 말할 나위가 없다. 심야 버스가 신설되고 택시 승차 거부를 단속해도 마찬가지다. 목 놓아 ‘따블’을 외치지만 장거리가 아니면 택시는 야멸차게 시민을 외면한다. 시민에게 우버는 편안하고 안전한 귀가를 보장해주는 가물에 단비다.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관료나 국회의원은 기사 딸린 차가 있으니 우버의 고마움을 알 턱이 없다.
높은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의 좌우명은 ‘오로지 시민’이다. 서울 시민의 관점에서 행정을 풀어나가고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버 논란을 풀어갈 해법은 간단하다. 우버의 불법성을 없애면 된다. 서울시와 우버가 머리를 맞대고 법 테두리에서 서비스를 이어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을 고쳐야 한다. 무조건 법을 지키라는 태도는 시민을 외면한 행정편의주의다. 박 시장이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금요일 밤 12시 넘어서 우버를 꼭 타봐야 하는 이유다.
사족이지만 우버가 국내 택시 산업을 죽인다는 전망은 기우다. 우버 요금은 일반 택시의 두 배가 넘는다. 모범 택시보다도 족히 50%는 비싸다. 강남이나 종로에서 귀가 전쟁을 겪는 상황이 아니면 선뜻 부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서비스 개선 요구에는 귀를 닫고 우버에 화살을 돌리는 택시 회사의 논리에 시민은 수긍하지 않는다.
일본 도쿄에도 우버가 상륙했다. 도쿄 역시 우버의 불법 요소가 있지만 일단 시장에 맡기는 분위기다. 80년 역사를 가진 일본 최대 택시 회사 니혼고쓰는 우버 탓할 시간에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서비스 품질로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시민이 우버를 원한다면 서울시는 그에 화답할 의무가 있다. 그게 ‘오로지 시민’을 지키는 길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