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기자동차 관련 육성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친환경 분위기 조성은 물론이고 보급 활성화, 산업 육성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2010년부터 전기차 보급·연구개발(R&D) 등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민간 주도의 시장 창출보다는 정부 예산만 바라보는 조달형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전기차 세계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2010년 전기차를 주축으로 하는 ‘그린카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급된 전기차는 1871대 수준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0.1%, 전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여기에 온라인 전기 버스와 준중형·미니 전기차 개발을 위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민간 시장 창출에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2015년에서 2020년으로 연기된 데다 중소·중견기업의 신산업 창출이 가능했던 저속 전기차 분야는 정부 규제책에 매여 오히려 사장될 판국이다. 해외수출 모델로 만들겠다던 충전인프라 등 전기차 서비스 산업은 국내 전력판매 독점 구조 탓에 민간의 시장 참여까지 발목이 잡히고 있다.
시속 60㎞ 이하로 규정한 저속 전기차는 서울시만 해도 공항로·헌릉로 등 22개 노선 79.2㎞의 일반 도로와 내부순환도로·올림픽대로 등 35개 노선 255.9㎞의 도시 도로는 다닐 수 없다. 오토바이와 비교해도 다닐 수 있는 도로가 크게 제한된 셈이다.
저속 전기차 규제는 세계적으로 국내만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전기차의 저속·고속차 구분 없이 차종을 경차로 구분해 모든 도로 운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유럽·중국은 별도 구분 없이 일반 차와 동일하게 도로 운행이 가능하다. 유일하게 미국만 저속 전기차를 구분해 운영 중이지만 주에 따라 56~72㎞로 제한하고 있고 주별로 제한속도를 상향조정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유럽과 중국은 이미 전문 중견·중소업체까지 중저속 전기차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홍지준 코캄 회장은 “유럽 등 해외에는 이미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이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저속 전기차 도로제한 탓에 대기업만이 생존할 뿐”이라며 “우리 중소기업이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진출에 필요한 기술 준비가 다 돼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레퍼런스 확보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