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휴대폰, 월급이 없어 ‘3무(無) 총장’으로 유명한 천장호 광운대학교 총장의 30년을 넘게 이어온 ‘정직서약’의 ‘사제인연’이 화제다.
광운대생은 올해 중간고사부터 모든 답안지 윗부분에 적힌 ‘나는 내 명예를 걸고 부끄럼 없이 정직하게 시험에 임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글에 서명을 하고 시험을 본다. 천 총장이 학생 인성교육을 위해 교수 시절부터 실시하던 서약을 학교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30년 전, 1985년 광운대 전자공학과 2학년생이었던 민상원 현 광운대 전자통신학과 교수는 당시 정직서약을 했던 시험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이는 올해 초 천 총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연히 알려졌다. 민 교수는 “천 교수가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서명을 하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학생들에게 서명을 받았는데,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마치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직업적 사명과 윤리를 다지는 것처럼 스스로 하는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됐다”고 기억했다.
민 교수는 15년 뒤 처음 강단에 선 이후 줄곧 학생들에게 정직서약을 받고 있다. 천 총장이 약 40년째 받아온 정직서약의 의미와 효과를 일찌감치 깨닫고 자신의 수업에도 적용했다. 천 총장은 교수 시절 모든 시험과 과제물에 정직서약을 받았고, 5분 전 강의 시작, 100% 영어 판서강의라는 원칙을 지켜왔다.
현재 광운대 공대교육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는 민 교수는 모교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명문대학으로 다시금 자리 잡기 위한 노력에 천 총장의 이러한 원리원칙과 교육 철학이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학교육에서 선이수과목 체계를 바로잡는 것부터 동문기업, 대중소기업과의 산학협력 등 학생 역량 강화가 최우선이 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광운대가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이른바 일류대에 비해 부족했던 제도를 보완하고 강화하고 있다”며 “LG전자와 고용계약형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고 졸업생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시점이 오면 본격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천 총장은 광운대 수석 입학, 수석 졸업한 후 1979년부터 모교 강단에 선 이래 정년퇴임 직전까지 연구와 교육만 매진해왔다. 그는 2011~2012년 2년 연속 ‘에너지 분야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에니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교수 시절부터 자동차와 휴대폰을 이용하지 않고, 총장 취임 후에는 ‘무보수’를 선언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