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넷, 유럽·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진출

국내 전기자동차 관련 업체가 유럽과 미국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중소·대기업을 통틀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그넷시스템(대표 황호철)과 일본 마루베니상사 컨소시엄은 최근 기아차 유럽법인·일본 유력완성차 업체와 각각 전기차용 급속충전기(100㎾h급) 공급과 구축·운영 관리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기아차 유럽 법인에 설치된 시그넷의 급속충전기와 4분기 유럽 출시 예정인 전기차 쏘울EV.
기아차 유럽 법인에 설치된 시그넷의 급속충전기와 4분기 유럽 출시 예정인 전기차 쏘울EV.

시그넷·마루베니 컨소시엄은 기아차와 우선 유럽을 주축으로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구축해 운영한다. 이를 위해 9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 기아차 법인에 급속 충전기 2기를 설치했다. 다음 달까지 독일 등 지역에 150기의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기아차는 올해 4분기 내 유럽 16개국에 전기차 신규 모델 ‘쏘울EV’를 출시하며 총 233개 지역에 충전스테이션을 구축해 운영한다.

계약에 따라 시그넷은 전기차 충전기 완제품 공급과 기술 지원을, 마루베니는 구축·운영과 마케팅 등을 맡는다. 시스템은 일본 차데모와 미국·유럽의 콤보 방식을 채택해 세계 대다수의 전기차와 자유로운 충전기 사용이 가능하다.

시그넷·마루베니 컨소시엄은 일본 유력 완성차 업체와 북미 충전인프라 공급 구축·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초도 물량은 100㎾h급 급속충전기 80기로 이달 중 선적을 완료한다. 충전기는 차데모 방식과 콤보·차세모 듀얼 방식 등으로 구성됐다. 일반 충전기와 달리 사용량·이용 정보를 포함해 과금 등 고객관리 서비스 솔루션까지 지원한다. 두 완성차 업체 모두 내년까지 해당 국가 시장 전역에 충전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어서 시그넷의 급속충전기 약 500기가 수출될 전망이다.

시그넷의 급속충전기는 글로벌 업계 최초로 100㎾h급의 출력을 지원하는데다 모듈화로 설계돼 누구나 쉽게 유지·보수할 수 있다. 여기에 ICT를 이용해 원격에서도 제어할 수 있다. 기존 급속 충전기 시장에 주류였던 50㎾h급 충전기와 비교해 실시간 출력량은 두 배 높으면서 제품 크기는 더 작다. 이 때문에 최대 20분 내 충전은 물론이고 공간 활용도까지 뛰어나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ABB 등과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최근 기아차와 일본 완성차 업체와 충전인프라 구축 및 운영·유지보수 등 사업 전반의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시그넷 충전기는 모듈화 방식에다 100㎾h급 출력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차별화된 기술력이 이점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