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JCET, 스태츠칩팩 인수전 돌입…반도체 패키징 시장마저 중국 힘 커지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3년 세계 반도체 후공정(패키징)업체 매출·점유율

중국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전문업체 JCET가 세계 시장 4위인 싱가포르 스태츠칩팩(STATS ChipPAC) 인수에 나섰다. 인수합병(M&A)으로 시장 주도권을 단숨에 쥐겠다는 목표다.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모양새다.

세계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시장 주요 5개 업체의 2012년, 2013년 매출액 및 시장점유율 <자료 : 가트너, 2014.03>
세계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시장 주요 5개 업체의 2012년, 2013년 매출액 및 시장점유율 <자료 : 가트너, 2014.03>

21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최근 JCET는 세계 패키징 업계 4위 스태츠칩팩을 사들이기로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전 세계 지사 및 공장을 모두 인수할 계획이다. 첨단 기술과 다양한 고객사를 단번에 확보해 업계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JCET는 패키징 시장에서 10위 정도였다”며 “JCET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스태츠칩팩을 인수해 주도자로 나서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칩과 기판을 전기적으로 연결한다. 과거에는 단순 제조로 취급됐지만 전자기기의 경박단소화와 성능 향상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해졌다. 플립칩(FC), 실리콘관통전극(TSV)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세계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스태츠칩팩과 미국 앰코테크놀로지, 대만 ASE·SPIL·파워텍 등 상위 5개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스태츠칩팩은 업계 4위로, 한국을 포함해 중국·말레이시아·대만에 생산법인을 뒀다. 미국·유럽의 주요 반도체 업체가 고객사다.

FC가 주력이며 차세대 3D 패키징 기술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독자 웨이퍼레벨패키지(WLP) FC 기술인 웨이퍼레벨팬아웃(WLFO) 공법과 내장형 웨이퍼레벨볼그리드어레이(eWLB)가 강점이다. WLFO는 패키지 기판(서브스트레이트) 없이 범핑 기술을 활용해 칩을 몰딩(molding)하는 기술이다. eWLB는 패키지 크기는 줄이고 입출력(I/O) 단자 수는 늘리는 기술로 이 회사와 ST마이크로·인피니언이 공동 개발했다.

JCET는 고객사 대부분이 중국 현지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JCET 입장에서는 첨단 공정 기술(IP)과 핵심 인력, 유수의 고객사들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을 중국의 반도체 산업 본격 진출이라고 해석한다. 중국은 지난해 정부 자금 50억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생산·설계·연구시설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M&A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 및 제조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향후 3~5년간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경기도 이천 소재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스태츠칩팩이 지난 2004년 옛 현대전자 반도체 사업 일부를 인수해 만든 회사다. 지난 2012년 기준 총 매출액이 7000억원에 이른다. 스태츠칩팩코리아 측은 “매각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 JCET의 스태츠칩팩 인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 태세에 돌입했다. 고객사가 다르고 기술력에 차이를 보이는 만큼 당분간은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생산 법인도 함께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 중국 파운드리 SMIC의 동부하이텍 인수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 패키징 시장은 시그네틱스·STS반도체통신·하나마이크론·세미텍 등 4개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ASE코리아·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스태츠칩팩코리아 등 글로벌 패키징 업체의 국내 생산 법인이 최첨단 기술을 앞세워 모바일용 칩을 포함한 고부가 제품을 주로 다루지만 국내 업체들은 PC용 D램, TV용 시스템반도체 등이 주력이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에는 중국의 기술력이 뒤처졌지만 JCET가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가격 경쟁을 시작한다면 국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ASE·앰코 등 글로벌 업체들은 기술력이 월등히 앞서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는 동부하이텍 매각 과정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부하이텍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 중 한 곳이 중국 파운드리 SMIC이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이 SMIC에 넘어가면 JCET가 손잡고 국내에서 파운드리·패키징 사업을 수직계열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JCET가 한국 법인만 따로 인수한다는 소문도 돌았을 정도”라며 “SMIC와 JCET는 둘 다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한국에 본거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