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업계의 틈새시장에는 ‘리퍼브’가 있다. 재미교포 출신 엔지니어가 만든 대표적 리퍼브 업체 세미캣이 리퍼브에 부가가치를 더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미캣(대표 박재열)은 고객사 맞춤형 스퍼터링 솔루션을 제공해 기존 리퍼브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박성준 세미캣코리아 이사는 “통상 리퍼브 업체들은 중고 장비를 단순 보수하는 데 그친다”며 “세미캣은 기존 장비를 새로운 분야에 응용하도록 바꿔주는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퍼브 사업은 중고 반도체 장비를 사들여 각 업체에 맞게 보수해 되파는 소매 유통업으로, 반도체 설비가 빠르게 변화·발전하면서 틈새에 자리잡은 신생 영역이다. 국내에는 러셀 등 10여개 업체가 내수 시장과 중국·대만을 위주로 리퍼브 사업을 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장비 업체들이 영위할 만큼 매출액 규모가 크진 않다”며 “하지만 산업 전반에 가격 경쟁이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고 주요 업체들이 서비스를 중단한 옛 장비가 다른 응용처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캣은 매출액 기준 지난해 세계 리퍼브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주요 반도체 업체 40여개사가 주고객이다. 지난 1990년대 초 한 글로벌 장비 업체가 내놓은 6인치 웨이퍼용 물리증기증착(PVD) 기기들을 전문으로 다룬다. 이 기기는 현재 전 세계 4000여대가 보급됐으나 장비 업체가 생산과 사후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회사는 최근 자체 기술로 이 장비를 4인치 발광다이오드(LED)용, 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 무선주파수(RF) 필터용 기기로 탈바꿈해 판매하는 등 기존 PVD 응용 설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향후 이 사업을 보강하기 위해 총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이사는 “리퍼브 업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지만 특화점 없인 사업을 확장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세계 반도체 장비 업계 1위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엔지니어 중 재미교포 출신들이 지난 2003년 세웠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고 한국, 싱가포르에 지사를 뒀다. 각 지사를 포함해 대다수가 엔지니어며, 이 중 3분의 1이 한국인이나 재미교포로 이뤄졌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