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이 사건을 통해 사회전반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부도덕성과 탐욕이 드러났다. 상상을 초월한 일부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과 정부의 무능한 구조 활동은 우리 국민을 정신적 공황상태로 몰고 갔다.
대형사고 조사결과를 보면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했거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것들이 많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단계별 절차와 수행내용을 구체화한 것을 프로세스라 하는데 이는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 학문적 이론 등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다듬어지고 이행돼 온 것이다.
프로세스는 어느 분야에서든 잘 적용하기 위해 일정기간 교육과 훈련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효율적인 반면에 준수하지 않을 땐 세월호와 같은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 발달로 산업현장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장비와 기기에 다양한 소프트웨어(SW)가 내장돼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여왔다. 반면에 SW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연초 외국의 한 자동차 회사가 SW 오류로 인해 약 1조3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데 비중이 크면 클수록 결함발생 요인이 SW에서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원전 기술은 물론이고 군용 항공기 등을 생산해 수출한다.
만일 SW문제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수조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면 감당할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SW는 때에 따라 큰 수익을 남기기도 하지만, SW 결함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 존폐가 걸리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진국은 SW 품질제고와 신뢰성 확보를 위해 SW 개발 시 수행해야 할 절차와 내용을 명시한 SW 프로세스 모델을 만들어 시행한다. SW개발 조직의 품질역량 수준을 측정하는 데도 활용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ISO/IEC의 SPICE,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CMMI, 한국 SP 인증제도가 있다.
SP는 유일하게 정부기관에서 인증해 준 모델이다. SP인증 획득 기업 대상으로 한 SW 프로젝트 성과분석 자료에 의하면 SP인증 획득 후 일정 초과율은 7.6%, 비용 초과율은 12%, 결함 밀도는 33% 각각 감소했다. 결함 제거율은 94%에서 99%로 증가했다. 프로세스를 준수해 SW 개발 시 일정, 비용, 품질 측면에서 엄청난 개선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중견·중소 SW기업이 SP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예산과 교육훈련을 제공한다. 지원을 확대해 보다 많은 SW업체가 SP인증 획득, 고품질 SW를 개발해 수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ICT 강국인 한국 정부가 개발한 SP인증 모델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개선, 발전시킨다.
지난해 방위사업청은 정부기관 최초로 SP인증을 획득한 SW업체에 대한 가점부여 방침을 정하고 2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SW업체의 품질역량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하는 인증 가점제도를 국방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에서 하루빨리 적용해야 한다. SW중심 사회로 접어든 시대에서 우리 정부가 이미 개발한 SP인증 제도의 확산과 정착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이성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 전문위원 pirdesoft@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