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공영 플랫폼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시점이 목전으로 다가오고 한류 열풍의 기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국가 정책을 기반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 스마트컨버전스연구회, 유비쿼터스미디어콘텐츠연합,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25일 국회도서관에서 ‘국내 방송산업 글로벌 유통 활성화’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국내 방송산업의 현장이슈와 문제점으로 △방송 시장 정체 △유통 구조 왜곡 △저작권 △자체 제작 감소 △해외 진출 한계 △유통 전문성 부족 등을 꼽으며 ‘한국형방송플랫폼(KBP)’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 교수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시장을 침식할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형 플랫폼을 구축해 시장 개방에 선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KBP가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 마케팅 △K콜렉션(글로벌 전문 프로덕션) △채널 서비스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방송 콘텐츠 기업에 저작권 관리, 영업망 확보,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KBP를 실제화하기 위해서는 참여 사업자,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문행 수원대 교수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공영 플랫폼 신설 방안은 구체적 대안”이라면서도 “공동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 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혁 콘텐츠연합플랫폼 이사는 “대형 시장에는 기존 사업자가 자리를 잡고 있어 KBP가 쉽게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키플레이어 기업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등 우선순위에 따라 KBP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용수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KBP는 물리적, 서비스적 혜택을 집약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미래부는 1인 창작자를 양성해 소규모 광고 등 틈새시장 진출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P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방송 사업자가 해외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 인력을 필수로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중국에 수출한 김연성 HD엔터테인먼트 이사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는 판매만 하면 유통 등 모든 제반 사항을 협력사가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당 국가의 방송 콘텐츠 플랫폼과 유통구조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연 디즈니채널 코리아 사장은 “한류 열풍이 지속되고 있지만 제작사는 여전히 경영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글로벌 유통 전문가·전문업체를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종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투자환경, 유통구조 등을 개선해 국내 방송 콘텐츠 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