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진 원격의료 시범사업

이달 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베일에 가려져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앞선 16일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와 공동 시범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의협 불참에 따라 복지부 주관 하에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9월 말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10월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사업은 참여 주체 등 기본 사항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6곳과 서울·강원·충남 등에 위치한 보건소 5곳에서 원격모니터링(환자의 건강상태를 원격으로 관찰·상담하는 것)을 한다는 정도 외에는 어느 병원이 어떤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구체적인 정보 공개 시 참여 의료기관이 의협이나 지역의사회로부터 압박을 받는 등 시범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 비공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보건소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겠지만 의료기관은 사업 종료 때까지 비밀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참여 의사를 표명한 의원급 병원들이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비공개 진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범사업의 취지에 역행하고 스스로 신뢰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원격의료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게 시범사업의 취지인 데, 비공개로 어떻게 확인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단체들은 이번 시범사업을 졸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범사업 6개월로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고, 보건소가 포함된 정부의 시범사업은 결과에 공정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부 주도 하에 반쪽짜리로 구성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스타트를 끊어도 시행 기간 내내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원격의료 시범사업에는 올해 13억원이 예산이 투입되고 내년 예산(안)은 9억9000만원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