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버블` 우려 속속 제기..."스타트업 비용구조 고민 필요"

미국 실리콘밸리가 지난 2002년 IT거품 이래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유명 벤처 투자가 등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 버블에 대한 우려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의 과도한 비용 지출은 시장 환경 변화 시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즈,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넷스케이프의 창업자이자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크 안데르센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너무 많은 비용 지출과 위험 부담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안데르센은 그의 트위터에서 “시장 환경이 변화할 때 많은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며 특히 비용 비중이 높은 많은 기업들은 증발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다수는 사업 지속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즈니스 모델의 심각한 결함을 숨기기 위해 마케팅과 부대비용에 과다한 지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트위터에 관련 글을 18건이나 게재하면서 규모 확장에만 치중한 스타트업은 시장 변화에 대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미국의 거물급 벤처투자가 빌 걸리 역시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 전반이 과도한 위험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의 경비 지출 속도가 1999년 이래 가장 빨라졌고 종사자 역시 단기간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각종 창업 지원정책과 민간자금이 몰리며 초기 펀드부터 조 단위 대형펀드까지 속속 조성되고 있다.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창업환경을 개선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지만 건강성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버블이라는 것은 ‘가치’가 없는 것에 자금이 몰리는 것인데, 모바일과 소프트웨어의 경우 여전히 초기 단계며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국내의 자금 확장을 바로 버블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비용구조에 대한 고민은 시장의 자금 흐름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대비해야 하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