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는 이제 전 세계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SW는 나름대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짧은 역사와 경험 부족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면 품질이 가장 큰 장애 요소로 발목을 잡았다.
SW로 인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해킹사건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충분히 경험했다.
훌륭한 SW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좋은 품질의 SW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선 충분치 않은 품질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에 잘 맞춰 주고 신속한 고객서비스 덕택에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시장 환경이 SW 문제의 근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능에는 지극히 까다롭지만, 품질에는 관대한 고객으로 인해 글로벌에서 요구하는 품질수준을 만족시키는 한국 SW가 많이 나오지 않는 토양으로 굳어버렸다.
한국 SW가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때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 품질이다. SW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그 중요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을 때가 대부분이다.
SW업계가 가진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는 SW 품질을 테스트 결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테스트가 SW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테스트는 일종의 검수와 비슷하다. 만들어 놓고 테스트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제조업 문화며 SW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SW 품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정확히 인식해야 품질향상을 위한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다.
하드웨어(HW)와 SW를 비교해 보자. 양산을 목표로 하는 HW산업은 생산단계에서 생긴 불량품을 테스트 때 걸러낼 수 있다. 반면에 테스트를 강화해서 품질 좋은 SW를 만들겠다는 것은 부실한 건물을 지어놓고서 검수를 잘해서 튼튼한 건물로 다듬고, 가꾸겠다는 것과 같은 접근이다. SW 품질은 초기 정확한 요구사양과 훌륭한 뼈대로부터 시작해 마지막에 테스트로써 검증된다. 그래서 훌륭한 글로벌 SW 회사일수록 품질관리 활동으로 개발의 앞부분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앞부분에 투자를 게을리하고 테스트에 많은 투자를 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원하는 품질을 얻을 수 없다. 테스트가 필요 없을 만큼, 앞 단계에서 잘 만드는 것이 상책이며 글로벌 SW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 SW업계는 3D 업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다행히도 품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3D 업종으로 전락한 원인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원인이 같기 때문이다. 개발 일정 계획도 정확해지고, SW 제값 받기도 가능해지고, SW 용역의 고질적 문제인 사양변경 문제도 해결된다. 결국 품질을 포함해 한국 SW업계가 지고 있는 모든 문제는 개발 초기의 중요성을 간과한 개발문화가 원인이지만 해결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품질 수준을 원한다면 먼저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테스트와 같은 피상적 해결책으로는 글로벌 SW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좋은 품질은 올바른 개발문화에서 나오며 개발의 앞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 어떤 개발문화가 필요한지 확실히 인지하고 변화해야 할 때다. 올바른 개발문화를 중심으로 SW중심사회를 실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고대한다.
김익환 에이비시텍 대표 ikkim7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