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병원도 혁신만이 살길이다…혁신에 나서는 대형병원

병원업계가 초유의 경영난을 맞았다. 열악해진 경영환경으로 대부분 병원장은 운영의 어려움을 토한다. 환자에게는 이로운 정책이지만 병원에게는 불리한 급여적용 확대도 시행됐다. 민간기업이 오래 전 도입한 전사 혁신이 병원에게도 요구되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중심으로 전사 혁신조직을 운영, 본격적인 혁신에 나섰다.

국내 병원은 지난 수년간 외형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1000병상 규모를 넘어 2000병상 규모까지 확대했다. 암병원 건립 등 전문병동 신설도 잇따라 추진했다. 이처럼 병원들이 앞 다퉈 외형을 키웠지만 최근 몇 년간 환자수가 급감하면서 수익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의료서비스 등 병원 전사 혁신 요구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병원은 혁신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의료서비스 혁신이다. 높은 문턱을 갖고 병원경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사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병원을 찾는 방문자 동선을 효율화 하는 작업들이 필요해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병원화도 혁신의 한 영역으로 요구됐다. 키오스크 기반으로 환자가 언데 어디서 쉽게 관련 정보를 찾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퇴원 환자나 외래 진료 환자가 집에서도 병원에 있는 것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

비용절감도 혁신의 한 축이다. 수익이 줄어든 만큼 비용절감도 요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병원장은 외형을 늘리는 의사결정만 했을 뿐 비용을 줄이는 것은 추진하지 못했다. 민간 기업에서 오래 전부터 프로세스 혁신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이제야 도입된 셈이다.

기존 역량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전사 혁신으로 병원 스스로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 이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연구중심병원 전환이다. 줄어든 환자 수에 따른 수익감소를 연구 결과를 사업화 해 대체해야 한다.

병원경영 전문 컨설턴트는 “병원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돼 전사 혁신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존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산·삼성병원, 혁신 조직 구성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국내 병원도 전사 혁신에 나섰다. 아직은 초기단계다.

대표적인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IDC)를 신설했다. IDC는 환자에서 가족으로, 병원에서 일상생활로, 질병에 걸린 기간에서 삶 전반으로 케어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이요클리닉의 이노베이션센터를 모델로 했다.

IDC는 고객 경험을 창조하는 것을 핵심 업무로 한다. 병원 내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혁신적 솔루션을 도출해 실행한다. 병원의 다양한 고객 경험은 모두 IDC 업무 대상이 된다.

하루 1만명이 넘는 환자와 8000명의 의료진·직원 간 공감대를 만들 수 있도록 서비스 디자인을 혁신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IDC는 작은 것 하나에서 출발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사 이노베이션 활동의 지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도 미래혁신센터를 상반기 신설했다. 조직 구성을 완료하고 혁신 대상과 센터 기능을 수립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삼성서울병원의 전사 혁신 센터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혁신센터 기능을 수립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경영혁신실을 두고 전사 혁신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혁신활동은 6시그마 운동 진행이다. 6시그마 기반으로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표준진료를 적용, 의료서비스 수준도 높인다.

비용절감을 위한 혁신은 아직 본격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경영 전문 컨설턴트는 “다양한 영역으로 나눠져 있는 병원 프론트 대상으로 통일된 비용절감 방안을 수립하기는 어렵다”며 “개별로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효과가 적고, 오히려 해당 직종의 불만으로만 이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중심병원 전환은 가천대길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