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로스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에 도전장을 던진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가 대학가에서 화제다.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이 회사는 제조업 벤처로는 처음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 경험 많은 중견기업인도 어려워하는 제조업 창업에 뛰어든 것은 2010년 당시 막 대학을 졸업한 우종욱 스트롱홀드 대표였다.
“‘커피를 어떻게 자동으로 볶아’‘전기 로스팅은 맛이 없어’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왜 못 하느냐, 혁신은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을 앞뒀던 우 대표는 취업이 아닌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커피 전문가가 아니었다.
우 대표는 “당시만 해도 학생 창업은 IT기업을 제외하고는 사례가 드물었다”며 “엔지니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을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고, 성장세인 커피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커피 맛의 70% 이상이 원두와 로스팅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반면 로스팅 기기는 비싸고 다루기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높았다. 결국 커피 원두 가격은 로스팅을 거치면서 소비자에게 처음 원두 가격의 최대 10배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우 대표는 이 부분에 착안해 초보자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스마트 로스팅 기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서울대 응용생물학과 출신의 이덕규 기술이사가 창업에 동참했고, 로스팅회사에서 5년 이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 3명이 모였다. ‘감’에 의존하던 로스팅 분야에서 사용자의 경험과 환경변화를 분석하고 알고리듬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에 응용화학까지 더해졌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응용생물학과 출신의 젊은 연구원들이 속속 합류했다.
제조업 벤처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난관이 더 많았다. 완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전자, 전기, 기계, 화학 전 분야의 담당자가 달려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융·복합 기술이기 때문에 핵심역량을 내부에 쌓기 위한 조직경영도 만만치 않았다.
고려대 대학기술지주의 투자를 받았다. 정부 과제를 비롯해 전략과 마케팅 부문에서 지원과 자문, 자회사간 네트워킹은 초기 기업이 자리 잡는데 힘이 됐다.
우 대표는 “회사 설립 초반 3~4번의 큰 위기를 넘기면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한다는 경험을 얻은 뒤로 끈질긴 생명력이 생겼다”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로스팅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스트롱홀드의 스마트 커피 로스팅 기기는 현재까지 누적 150대가 팔렸다. 한 대 당 1000만원 상당이다. 현재는 월 최대 15대가 팔리지만, 연말이면 월 30대 판매를 내다봤다. 8월부터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체감 중이다.
우 대표는 “카메라도 과거에는 전문가와 일반인이 완전히 구분됐지만, ‘디지털일안반사식(DSLR)카메라의 등장으로 달라졌다”며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테슬라나 다이슨같은 혁신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