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이란 대규모 사고나 재해 발생 시 경찰이나 소방구조대 등이 신속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유·무선통신설비를 말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휴대폰과 달리 전용 통신망과 설비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재난망 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재해·재난 발생 시 구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Q:재난망, 왜 필요한가요?
A:재난망은 우리 몸으로 치면 신경망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몸의 각 부분에서 느낀 감각을 뇌로 전달하기도 하고, 반대로 뇌가 몸의 각 부분에 명령을 내리기도 하지요. 이 신경망이 없으면 사람은 식물인간이 되고 말 겁니다. 이처럼 재해·재난에 대응하는 모든 관련 기관이 체계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통합체계를 만드는 것이 재난망 구축의 핵심입니다.
재난망을 이용하면 재해·재난 대응이 지금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지금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기 통신체계를 꾸리다보니 서로 소통을 하려면 전화를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습니다. 골든타임이란 재난이나 재해가 더 크게 확산되기 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초기 일정시간을 말합니다. 더욱이 일반 통신망을 사용하면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고 해킹에 노출될 위험도 있습니다.
재난망이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재난·재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피해자를 구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골든타임’을 놓치지는 말자는 게 재난망 구축의 의도입니다.
Q:재난망, 왜 구축이 늦어지나요?
A: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지만 정작 재난망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ICT 인프라는 차고 넘치지만 재난·재해에 대비하는 ICT 인프라는 준비가 안 된 것이지요. 그러다가 꼭 나라에 큰 일이 터지면 재난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에 큰 재해·재난이 발생할 때가 바로 그 때입니다. 처음 재난망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 직후입니다. 190명이 사망한 끔찍한 재난이 발생하자 신속히 구조하지 못한데 대한 반성이 나온 것이죠. 그러나 12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하던 재난망은 올해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다시 큰 관심을 받게 됩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재난망 구축이 이렇게 미뤄지는 것은 아쉽게도 ‘경제성’ 때문입니다. 경제성이란 결국 ‘많은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재난망 구축에 1조원 내외의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을 꼼꼼히 점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사실 경제성을 따지기 힘듭니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들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지요.
Q:재난망은 어떻게 되나요?
A:다행히 세월호 참사 이후 이번에야말로 재난망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대통령도 힘을 보탰습니다. 마침내 5월에 그 결실을 봤습니다. 안전행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가 2017년까지 롱텀에벌루션(LTE) 방식으로 전국에 재난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12년간 이어온 논란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은 것입니다.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벌인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내놨습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입니다. 주파수 논란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재난망을 새로 깔기 위해선 무선 주파수가 필요합니다. 정부에선 이달 초 700㎒ 주파수 대역 중 일부를 재난망 용도로 배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느닷없이 국회와 지상파 방송사 측에서 재논의를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지상파에선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700㎒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싶은데, 이 일부를 재난망이 사용한다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700㎒ 주파수 대역을 재난망과 이동통신, UHD 방송용으로 공평하게 나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연기된 재난망이 과연 이번엔 구축될 수 있을까요?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해 봅니다.
[관련도서]
◇‘IT를 활용한 국가 재난관리 조직 간 소통 및 협력 강화 방안 연구’ 최호진 지음. 한국행정연구원 펴냄.
이 책은 IT를 활용한 국가 재난관리 조직 간 소통 및 협력 강화 방안 연구를 다룬 정부간행물이다. 학생들에겐 어렵겠지만 재난망에 관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룬 몇 안 되는 전문 서적이다. 재난망의 개념이 무엇이고 왜 구축해야 하는지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특히 재난망 구축에 있어 정보통신기술(ICT)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재난이 닥쳤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 코디 런딘 지음. 정지현 역. 루비박스 펴냄.
이 책은 ‘미국 최고 전문가가 알려주는 재난 생존 매뉴얼’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인 코디 런딘은 ‘야생 생존학교’를 만들고 세계 유명 방송사에 출연해 생존법을 전파하고 있는 생존전문가다. 기존 생존 관련 서적이 야생에서의 생존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우리가 일상을 사는 삶의 터전에 재앙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통신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