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로 추진되는 재난IT사업, 무리한 기간 단축으로 졸속 우려

대통령 지시로 추진되는 각종 재난 정보기술(IT)사업이 너무 짧은 기간 내 성과물을 요구해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당 부처가 대통령 지시를 의식해 지나치게 성과 위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재난 IT사업인 안전신고 포털시스템 구축과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 사업이 프로젝트 착수 한 달 만에 성과물을 요구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실제 프로젝트 완료 기간은 내년 2월까지지만 각각 12월과 11월에 1차 성과물을 제출하도록 했다.

안전신고포털 시스템 구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14일 발주돼 11월 4일 입찰 마감이다. 부처 간 업무협상 등을 진행, 실제 사업이 착수되는 시점은 11월 중순이다. 그러나 이 사업 제안요청서(RFP)에는 12월 중순에 1차 안전신고 포털 우선서비스를 가동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신고 포털 우선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려면 신고를 접수해 후선으로 전달하는 체계까지 구축해야 하는데 한 달 만에 이를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함몰구멍(싱크홀) 대책으로 상하수도, 통신, 난방, 송유, 전력, 가스, 지하철 시설물 등 각종 지하정보 통합지도를 구축하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13일 발주돼 11월 3일 입찰마감이 이뤄져 신속하게 사업이 시작된다 해도 11월 4~5일 착수된다. 국토부는 11월까지 기본계획(안) 준공성과를 납품해야 한다고 RFP에 명시해 놓고 있다. 실질적으로 사업자는 20일 만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는 “11월 말까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해당 부처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임을 의식해 무리하게 사업일정을 잡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두 사업 모두 대통령이 언급한 이후 사업이 본격화됐다. 완료시점도 프로젝트 환경보다는 여론 상황을 고려해 결정됐다.

방재청 관계자는 “재난 예방에 대한 여론이 높기 때문에 연내 1차 사업을 완료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12월 발표되는 싱크홀 종합대책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짧은 일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