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게임산업, 이젠 규제서 진흥으로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위기다. 한국에서 자체 개발되는 온라인게임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 PC방은 외산게임이 60% 이상을 점령했고, 2010년 50%였던 e스포츠 국산게임 비율이 올해 20%로 급감했다. 내수 침체와 각종 규제로 중소 게임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이재홍 교수
이재홍 교수

이 틈을 비집고 중국 거대 자본이 밀려든다. 최근 중국에서 급성장한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은 한국을 포함한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사냥에 나섰다.

특히 CJ넷마블에 5300억원을 투자하며 3대 주주가 된 텐센트는 한국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게임지분을 확보해 나가는 중이다.

요즘 우리나라 게임개발사 60~70%가 해외 자본을 쓰고 있다는 풍문이 돌 정도로 우리 게임산업의 지분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가 있는 실정이다. 즉 한국게임시장의 중국 자본 종속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자본 종속은 향후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게임산업을 강력한 국가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게임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게임개발사 모시기에 혈안이다.

한국게임산업 위기는 2009년에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게임에 집중된 중복 규제에서 비롯됐다. 불법 환전과 과도한 사행성을 규제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웹보드게임 규제, 게임을 알코올·도박·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규제들이 그것이다.

물론 기업도 이러한 사태에 책임이 있다. 개발사라면 위기일수록 연구를 거듭해 새로운 게임 진화방향을 모색해 탈출구를 뚫어야 한다.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러시아 등 국가들은 심의 정책을 완화하고 규제를 완화시키고 세금을 감면해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게임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노키아 몰락으로 위기에 처했던 핀란드는 게임산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 ‘앵그리버드’와 ‘클래시오브클랜’ 같은 세계적 모바일 게임을 내놨다.

게임을 전자마약으로 취급하며 강력한 규제를 실시했던 중국마저 변신을 시도한다. 최근 중국이 세계 게임산업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사실은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부분이다.

정부 규제가 심해지자 중국 청소년들은 가짜 신분증을 생성하고 복수계정을 만들어 실명인증을 무력화시키고, 해외 서버에 접속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다.

각종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 중국정부는 정부와 기업, 가정이 함께 참여해 게임 시장 발전을 위한 자율적인 규제로 정책 노선을 변경했다.

2005년부터 꾸준하게 게임을 장려해 온 중국 정부의 뚝심 있는 결단력에 힘입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연평균 50%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게임 시장을 일궈냈다.

게임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 콘텐츠이며, 수출효자 종목이다. 게임산업은 디지털 놀이 문화이자 문화예술 산업이다. 게임 산업은 창조경제의 원형이다.

게임산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세계 모든 국가들의 게임 진흥정책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규제정책을 약화시키고, 지원과 장려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청소년 과몰입 문제를 학교와 가정의 공통 교육 문제로 인식해 복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학계는 게임의 본질의 문제를 점검하고 긍정적인 게임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개발사들은 순기능적 게임 제작풍토를 선도해 ‘굿게임’ 같은 운동을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게임을 바라보는 대중들은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인식하는 성숙한 문화를 쌓아나가게 될 것이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 munsarang@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