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역사는 1997년 ‘IMF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소수 재벌을 중심으로 압축성장을 이끌었던 ‘대한민국호(號)’의 내재적 문제점은 외환 위기라는 외생 변수에 쉽게 허물어지고 말았다. IMF 사태는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국민의 고통을 야기했다.
‘벤처 붐’이 10여 년 지난 지금 ‘벤처’는 고어(古語)가 되어 버렸고 ‘스타트업’이 다시 바람을 타고 있다. 벤처를 통해 성공적인 회수를 했거나 본인이 창업한 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선배 창업자 외에도 투자전문기업(VC) 등이 정부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함께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창업 생태계가 들썩이는 분위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벤처나 스타트업은 IMF 이후 우리 경제의 중심에서 항상 논의돼 왔다. 글로벌 관점에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이나 민간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핀란드 사례 외에도 바로 이웃한 중국만 보더라도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은 혁신적인 기업이 많다.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은 ‘혁신’의 원동력을 내부보다는 외부 수혈로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덩치가 커질수록 기업은 관료화되고 안주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창업자 자금 회수를 도와준다.
지난해부터 다시 부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붐’은 IMF 당시 ‘벤처 붐’보다 건강한 토대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 우선 창업자는 창업’이 멋 부리는 패션이 아니라 치열한 열정이라는 점을 깊게 새겨야 한다. 젊은 나이에 사장, 이사 직함을 갖고 다닌다는 겉멋에 빠지지 말고, 본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구체화해 고객에게 다가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진정 창업에 뜻이 있다면 제대로 된 준비와 본인의 희생을 각오해야만 한다. 창업은 시작일 뿐이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말 고달프고 힘든 과정이 필수다. 멀고도 힘든 여정을 가기 위해 본인 열정이 정말 간절한지 그리고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부는 정부가 할 수밖에 없는 역할과 민간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구분해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 정부가 스타트업 정책에서 민간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바람이 있다면 좀 더 과감하게, 실행은 민간에 양보하고 정부는 민간이 나서도록 유도하는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
아울러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최소 10년을 내다보고 집행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은 스타트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처 ‘싹’이 트기도 전에 스타트업 사업을 침범하거나, 스타트업을 하청기업으로 전락시키는 구태는 이제 사라졌으면 한다.
정부 눈치를 보며 억지로 떠밀려 하기보다는 대기업 스스로를 위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앞으로 젊은 인재는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을 통해 본인의 열정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을 특별한 전제 조건 없이 지원하고 이를 통해 육성된 스타트업과의 ‘수평적 협력 관계’를 통해 내부 혁신을 유발해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IMF 직후 정부의 직간접적인 벤처 지원 정책은 빛과 그림자가 비록 있었지만 지금의 네이버, 다음커뮤니케이션, 엔씨소프트 등 새로운 경제 주역을 등장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벤처를 잇는 스타트업 붐 성공을 위해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창업자가 공정한 룰 안에서 서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생태계를 꾸려야 할 것이다.
서상봉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센터장 ssb@smileg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