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발주한 상당수 프로젝트가 사업수행 장소를 본사 현장으로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 상주하며 개발 작업을 진행하는 소프트웨어(SW)업체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지방이전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6개 공사의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입찰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24%가 사업수행 장소를 본사로 명시했다. 이들 공사가 발주한 프로젝트 74개 가운데 18개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6월 LH공사가 발주한 ‘디지털도서관 이용자 서비스 고도화 및 DB 암호화 구축 용역’은 ‘과업수행 장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 내 지정 장소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동시에 공사 이외의 장소를 활용하면 건물임차비 등 관련 비용은 업체가 부담토록 했다. 대한지적공사가 발주한 ‘지적측량업무시스템 헬프데스크 운영’ 사업에서는 운영 인력이 공사 본사(전북 전주시 소재)에 상주할 것으로 요구했다. 도로공사의 ‘제한차량·정보통신·터널시설물 통합관리체계 구축 용역’에서는 과업기간 중 발주처가 이전하는 경우 과업수행 장소도 이전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대한지적공사 측은 “근무지를 본사로 제한하는 것은 정보유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국정원의 업무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본사 서버와 연계하는 대부분 사업은 원격지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과업수행 과정에서 본사가 김천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대부분 본사 이전 전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겠지만 일부는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공사가 발주한 나머지 56개 사업의 경우 사업수행 장소는 발주자와 업체가 협의해 결정토록 하고 있다. SW업계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현장개발에 따른 부담이 가중된다면 원격지에서도 SW를 개발하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SW업체 관계자는 “SW업체가 혁신도시 인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관리비를 비롯해 엔지니어들의 체제비, 출장비등 비용이 증가 된다”며 “최소한 현지 상주에 대한 추가비용은 발주자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용역계약 일반조건’ 제52조의 ‘SW용역 수행 시 핵심 개발인력을 제외한 지원인력은 원칙적으로 개발업체에서 근무한다’ 규정이 있다. 하지만 기관 담당자에 따라 핵심 개발인력 범위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발주기관의 제도적 혼선을 줄이기 위한 원격지 개발 메뉴얼 마련도 요구된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말 SW 원격지개발을 위한 가이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