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미디어방송(DMB)사업자와 주요 지하철 관리 기관이 시설 사용 계약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개정·시행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지하철 관리 기관이 지상파DMB 수신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법 시행 이전 체결한 시설 사용 계약 기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상파DMB사업자는 계약 중도해지를, 지하철 기관은 계약 기간 준수를 주장하고 있어 일부 지하철 구간에서 지상파DMB 수신 장애가 발생하는 등 시청자 피해가 예상된다.
지상파DMB사업자는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주요 지하철 관리 기관에 오는 12월 31일 만료되는 시설 사용 계약을 중도 해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르면 지하철, 터널, 지하도 등 재난 취약 장소의 관리 주체는 재난방송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FM방송과 지상파DMB 수신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동안 지상파DMB 방송사가 운영한 DMB 중계 설비의 관리 책임이 각 지하철 관리 기관으로 넘어간 셈이다.
지상파DMB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 중재로 DMB 중계설비를 무상으로 양도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지하철 관리 기관이 계약 기간 만료 시까지 시설사용료를 계속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며 “DMB 중계시설 인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탓에 시설물 방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지상파DMB가 지하철 관리 기관에 지불한 시설 사용료는 분기당 4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관리 기관은 지상파DMB사업자가 기존에 체결한 시설 사용 계약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맺은 다년 계약인 만큼 지상파DMB가 3달가량 남은 잔여 계약 기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상파DMB가 양도하는 중계시설은 인수 받을 계획”이라면서도 “여러 법무법인 법률자문과 내부 검토를 거쳐 (지상파DMB가) 잔여 계약 기간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DMB 관계자는 “최근 인천교통공사와 진행한 협의는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다른 세 곳과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 DMB 중계설비를 철수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지하철 승객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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