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겠다고 밝히자 일각에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안전을 국가 어젠다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적지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부처명 순서를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불만이었다. ‘보여주기식 행정’ ‘아랫돌 빼 윗돌 괴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불행히도 그러한 우려는 지난 4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며 현실화됐다.
모든 책임을 행안부에만 돌릴 일은 아니었지만 결국 행안부는 또 한번 조직개편 대상에 올랐다. 안전은 물론이고 인사·조직 기능까지 다른 부처로 넘겨주며 행정자치부로 축소 회귀하게 됐다.
이번엔 총리실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총리실 직속으로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장관급 국민안전처가 신설된다. 이른바 ‘관피아’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차관급 인사혁신처도 총리실 직속으로 설치된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태 해결 노력이 급선무다. 그 다음엔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측면에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직 개편은 당연한 수순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차례인 혁신에 관한 문제다. 아마도 기존 안전 정책 조직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꿔 부르려는 만큼의 노력을 실제 안전 기능 혁신에는 투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안전처도 마찬가지다. 장관급 재난 컨트롤타워를 신설한다는 취지는 좋다. 인사혁신처에도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중요한 것은 해당 조직과 기능의 단순한 자리 바꿈이 아닌 실질적인 혁신이다.
국민 눈에는 행정안전부든 안전행정부든, 아니면 국민안전처든 결국엔 모두 하나의 정부 부처일뿐이다. ‘아랫돌 빼 윗돌 괴기’ ‘그 나물에 그 밥’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진정한 혁신으로 거듭나려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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