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펫(FinFET)의 ‘핀’은 물고기의 등에 솟아나 있는 지느러미를 뜻한다. 기존 반도체 칩 구조는 평면(2D)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를 입체적(3D) 구조로 설계하면서 위로 돌출된 부분이 물고기 등지느러미를 닮았다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반도체는 크기가 작아질수록 속도가 향상하고 소비전력은 감소하면서 생산비용이 내려간다. 하지만 기존 평면구조의 반도체 설계로는 그 크기를 줄이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 통상 20나노가 평면구조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 가능한 최소 크기로 꼽힌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3차원 반도체 공정 기술 ‘핀펫’이다. 평면구조에서는 한 곳으로만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반면 핀펫에서는 돌출된 상층부를 활용해 3개면으로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크기는 작아지면서도 더 뛰어난 전류구동능력을 확보하고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의 전류 누수도 현저히 줄어든다.
핀펫 기술 활용으로 비메모리 반도체는 현재 상용화가 진행 중인 14나노를 넘어 10나노와 7나노까지 공정과 소자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3D 반도체 공정기술의 개념은 1984년 일본의 연구진에 의해 처음 연구됐으며 1998년 미국 UC버클리의 첸밍 후 교수 연구진이 논문에서 ‘핀펫’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후 2011년 인텔이 22나노 공정에 핀펫 기술을 활용한다고 발표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인텔은 관련 양산 기술 ‘트라이 게이트 모스펫’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이종호 서울대 교수가 인텔의 특허 출원일인 2003년 2월 14일보다 열흘 앞서 거의 동일한 내용의 ‘벌크 핀펫’ 기술을 미국 특허출원한 것이 밝혀져 화제가 됐다. 이 교수는 특허 출원당시 국내 기업에 공동개발을 제의했으나 상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그 때 국내기업이 핀펫 기술을 받아들여 개발에 나섰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 기술 강국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 핀펫과 같은 신기술을 산·학·연이 보다 열린 마음으로 협력하는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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