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표준을 놓고 업계 간 눈치전이 치열하다. 누구와 손잡는지, 어떤 기술을 채택하는지에 따라 차기 시장 주도권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홈 표준은 사물인터넷(IoT) 표준 논의와 더불어 이뤄진다.
표준화 논의는 두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각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나 표준화 기관이 참여하는 표준화기구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통신 업계 기업이 참여하는 사실표준화기구로 나뉜다.
국가 간 표준화기구는 범용·호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기술 장벽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표준 제정에 2~3년이 소요되거나 아예 표준화가 안 되는 사례도 있다. 또 미국·독일 업계가 주도하는 일이 많아 삼성전자·LG전자·소니·화웨이 등이 몰려 있는 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표준화 연합을 구성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스마트홈 표준 분야에서 가장 각축을 벌이는 연합체는 삼성전자·인텔·브로드컴·델·아트멜 등이 참여하는 ‘오픈인터커넥트컨소시엄(OIC)’과 LG전자·퀄컴 등이 주도하는 ‘올씬얼라이언스’다. 각각 플랫폼을 구축해 기기 제어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하고 유무선 인터페이스 표준안을 마련 중이다.
70개 이상 업체가 참여하는 올씬얼라이언스는 일부 표준을 내놨고 OIC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기기 연결·탐색·인증, 데이터수집도구 등의 IoT 표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와이파이·블루투스·지그비·근거리무선통신(NFC) 무선방식을 포괄하는 표준화 작업도 한다.
운용체계(OS)는 구글 안드로이드, 리눅스, 삼성전자 타이젠, LG전자 웹OS 등이 경합하고 있다. LG전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홈챗’과 연합체 내 회사들과의 전방위 협력을 추진한다. 구글이 인수한 온도조절기업체 ‘네스트’와 협력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내놨고 자사 스마트TV OS ‘웹OS’ 확산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타이젠을 둘 다 활용할지, 타이젠을 주력 플랫폼으로 이용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퀄컴은 자사가 개발한 IoT솔루션 ‘올조인(AllJoyn)’을 무료로 제공해 제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올조인은 안드로이드·리눅스·윈도 OS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기기에서 연동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별도 중계서버 없이 기기 간 통신이 가능한 프레임워크다. 통신망은 와이파이·블루투스를 이용한다.
통신규격도 다양한 방식이 경합한다. 블루투스·와이파이·지그비·NFC 외에 Z웨이브·웨이트레스·비콘도 떠오르고 있다. 업체별·산업별로 제각각 쓰이는 IoT 통신규격을 일원화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전 세계 220여개 업체와 표준화기구가 참여하는 ‘원(One)M2M’은 지난 8월 ‘원M2M릴리스1.0’을 발표하고 산업직군 간 요구사항, 아키텍처, 프로토콜, 보안, 단말관리, 시맨틱 추상화 등 아홉 개 기술규격을 확정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다른 제조업체끼리 스마트홈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도록 새 표준을 만드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는 삼성전자·LG전자·KT·삼성SDS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만들고 표준화가 완료된 유선 스마트홈 프로토콜 13종을 내년 6월까지 실제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