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가 13일과 14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을 잇따라 만난다. 지난 2011년 HP 회장에 취임한 후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멕 휘트먼 회장의 이번 방한은 한국HP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한국HP는 지난 1984년 삼성전자와의 합작법인인 삼성휴렛팩커드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지난달 HP가 기업 부문(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과 PC·프린터 부문(HP Inc)로 분할한다는 방침을 밝힌 뒤에도 일정에 변동 없이 방한이 추진됐다.
휘트먼 CEO는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3일 삼성전자, 14일에는 SK하이닉스 측과의 만남이 계획됐다.
삼성전자와 회동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사업 파트너인 동시에 HP가 구매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이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빅 바이어’인 만큼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 부회장과 휘트먼 CEO가 양사의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조 케저 지멘스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등도 이 부회장이 직접 만나면서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휘트먼 CEO는 SK하이닉스 최고 경영진들과도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HP는 세계 최대 서버 제조사로, 국내 기업들과 차세대 D램 메모리 및 낸드플래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서버와 스토리지 등 기업용 컴퓨팅 시스템의 고성능화로 D램 외 SSD(낸드 플래시로 구성된 저장장치)를 탑재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HP가 삼성, 하이닉스와 SSD 분야에서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SSD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HP의 핵심 부품 공급 업체인 동시에 중요 고객사”라며 “부품 수급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과 상호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긴밀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휘트먼 CEO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한국HP 직원들과도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사전 신청을 한 직원들만 참석할 수 있고 그 외에게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방한이 추진된 데다, 최근 회사의 분할 계획이 공표된 직후여서 향후 HP의 구체적인 변화에 대한 설명과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