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스마트폰에 정보 담아 효율적 건강관리를`…모바일 PHR 주목

#일에 바쁜 엄마가 열나고 숨소리 거친 아이를 아빠 손에 응급실로 보내왔다. 엄마는 며칠간 관찰한 아이의 발열 상태와 먹었던 약 등을 꼼꼼히 적어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의료진을 더욱 놀라게 한 건 엄마가 전송한 음성 메시지였다. 아이의 폐음(폐에서 나는 호흡소리)이었다. 스마트폰 마이크를 아이 가슴에 대고 녹음한 그 소리는 심지어 섬세했다. 누가 들어도 폐렴 소리였다. 의료진은 엑스레이를 찍고 폐렴임을 확인했다. 아이 상태가 나쁘지 않아 귀가 조치하고, 경과가 좋지 않으면 입원을 권했다. 아빠는 다른 병원으로 가겠다며 응급실에서 찍은 엑스레이를 다시 스마트폰으로 찍어갔다.

[의료바이오]`스마트폰에 정보 담아 효율적 건강관리를`…모바일 PHR 주목

최근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실제 벌어진 장면이다. 아이의 부모는 스마트폰을 ‘똑똑하게’ 활용했다. 발열과 기침소리, 복용약 등을 꼼꼼히 기록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적절히 꺼내 썼다.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에 나의 건강기록이 더 정확하면서 자세히 담겨 있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울 정도의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나 긴박한 순간 적절한 지원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상상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시도들이 일고 있다. 이른바 ‘모바일 개인건강기록(PHR)’ 시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최근 병원 및 헬스케어 기기 등으로부터 획득한 개인의 건강기록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시 의사 및 헬스케어 센터 등에 제공해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 기술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201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이 플랫폼은 여러 서버에 산재된 건강정보를 개인 중심으로 저장·관리하고, 이들을 다른 서비스에 개방하는 기능을 한다.

플랫폼에는 개인의 병력, 복용약, 혈압, 맥박 등의 정보가 스마트폰 또는 개인 동의하에 저장소에 보관된다.

사용자 건강에 문제가 생길 때 의사나 의료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그간의 건강기록을 열람토록 해 질 높은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ETRI에 앞서 국내 벤처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도 건강 정보와 의료 정보를 개인이 중심이 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라이프레코드’라고 불리는 이 플랫폼은 의료기관과 일상생활에서 생성 또는 기록되는 정보를 개인이 스마트폰에 저장하거나 공유하는 등 통합 관리 환경을 제공한다.

PHR 개념이 최근 들어 국내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10년 ‘내 손안의 차트’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환자에게 제공한 바 있다. 이 앱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거나 전화로 문의하지 않아도 자신의 진료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산병원의 PHR은 환자의 진료 기록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반면 새롭게 부상하는 PHR 개념은 사용자가 스스로 진료기록과 건강관련 정보를 관리,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데이터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줘 정보를 스스로 개방·공유토록 하고, 보다 차원 높은 건강관리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에서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개발과 산업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정보와 건강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의료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건은 이들 정보를 모으기 어렵다는데 있다. 병원 내 진료 기록이 제각각으로 작성돼 표준화된 양식이 없다. 디지털 전환이 어렵고, 활용도 제한적이다. 또 민감한 의료기록이나 건강정보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