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2014년 타임 선정 `올해의 발명품 25가지'

[이슈분석] 2014년 타임 선정 `올해의 발명품 25가지'

미국 타임지가 올해의 발명품 25가지를 선정했다. 여느 해처럼 2014년에도 인간의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여러 기술과 제품이 소개됐다. 인도의 첫 화성탐사선 ‘망갈리안(Magalyaan)’을 비롯해 전기자동차와 PC 등에 적용된 무선 전력전송 기술, 비타민 결핍을 예방해 줄 슈퍼바나나 등이다.

올해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기존에 있던 상품이지만 신기술 접목으로 새롭게 정의된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애플워치는 기존 시계의 사용법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범위를 넓힌 것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 밖에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큰 인기를 모은 만능 아이스박스 ‘쿨리스트 쿨러’도 선정됐다.

타임은 매년 한 해에 주목할 만한 발명을 소개한다. 지난해에는 입체펜 ‘3두들러’,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 오는 2017년경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지어질 계획인 높인 450m의 투명 빌딩 ‘청라시티타워’ 설계안 등이 뽑힌 바 있다.

◇호버보드 ‘헨도’

1989년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2’에 주인공이 타고 나오는 공중을 가르는 스케이트보드는 모두가 갖고 싶은 꿈의 제품이었다. 이제 이 꿈은 현실이 됐다.

미국 스타트업 ‘아르스 팍스’는 호버보드 ‘헨도’를 개발했다. 원형의 4개 자석장치로 지상에서 약 2.5㎝가량 부양해 움직인다. 전도성을 띤 경사가 있는 플랫폼에서 탈 수 있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15분밖에 안되는 등 한계가 있지만 타임은 이 기술이 혁신적이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헨도를 개발한 질 헨더슨과 그렉 헨더슨은 이 ‘자기장 아키텍처’ 기술을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빌딩을 짓거나 가치있는 예술품을 보존하는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렉 헨더슨은 “호버보드는 세상에 신 기술의 첫 발을 내딛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베타 퓨전 원자로

하이베타 퓨전 원자로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초소형 핵융합 원자로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로보다 안전하고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톰 맥과이어 록히드마틴 개발팀장은 “4년간 개발을 통해 트럭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핵융합 원자로를 개발했다”며 “핵융합을 이용한 에너지원이 안전하고 효율성도 높다”고 전했다.

핵융합을 이용한 원자로는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됐지만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새로 개발된 원자로가 상용화되면 핵 잠수함이나 항공모함뿐 아니라 에너지 발전에 사용돼 글로벌 자원확보와 기후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하이베타 퓨전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의 10분의 1크기인 약 2×3m의 크기로 100㎿(8만가구 전력 공급량)을 생산한다. 회사는 향후 1년 내 초소형 핵융합 원자로의 실험을 마치고 5년 이내 원형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망갈리안

망갈리안은 인도의 첫 화성탐사선이다. 인도는 지난 9월 망갈리안이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화성에 보낸 우주탐사선이다.

망갈리안이 더 특별한 것은 단번에 화성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또 2년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인 45억루피(약 811억원)로 개발됐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메이븐’의 경우 10년간 총 6억71000만달러(약 7473억원)가 투입됐다.

망갈리안은 지난해 11월 발사 후 10개월간 6억㎞ 이상을 비행해 화성궤도에 진입했다. 망갈리안은 향후 6~10개월간 화성 지표면 500㎞ 상공에서 대기와 표면 성분 등을 수집하고 메탄가스를 추적해 생명의 흔적 등을 찾으며 과학계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지난 1999년과 2011년 화성탐사선을 발사했지만 궤도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애플워치

스마트워치 시장에 내년 출시될 애플워치는 시계를 재정의한 것으로 평가됐다. 기존 시계가 가진 용두(Crown)을 이용한 사용법과 터치 스크린의 조합 등으로 다양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샀다.

타임은 애플워치가 PC를 손목으로 옮겨오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고유의 기능에 더해 메시지를 보내고 방향을 알려주고 활동을 분석하고 결제까지 가능한 제품이라고 전했다.

애플워치는 18캐럿 금을 사용한 고급형 모델을 제품 라인업에 포함하며 패션 액세서리의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됐다. 로버트 브루너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스튜디오 설립자는 “애플이 디자인에 감정과 혼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애플워치 앱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워치킷’을 최근 공개했다. 개발자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앱 개발에 나설 계획이며 제품은 내년 봄 출시될 전망이다.

◇블랙폰

블랙폰은 보안 기능을 강화한 비화폰을 말한다. 불법적인 도청이나 감청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다. 제품은 최근 불거진 전화 불법감청 등으로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유명 암호화 커뮤니케이션 업체 사일런트 서클(Silent Circle)과 스페인 스마트폰 제작업체 긱스폰(Geeksphone)은 블랙폰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프라이빗 운용체계(Private OS)라는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프로그램으로 구동된다.

제품은 블랙폰끼리의 데이터 송수신은 물론이고 일반 전화와의 통화 등도 암호화한다. 사일런트 서클의 서버를 거쳐 통화 내용을 모두 암호화한다. 별도로 암호키를 보관하지 않아 정부가 정식으로 사용자의 정보를 요청한다 하더라도 통화 정보를 읽을 수 없게 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회사는 “도감청이 불가능한 첨단 방어벽이 구축된 독립 모바일 OS로 사용자들이 문자전송, 통화, 인터넷사용 등 정보까지 새어나갈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모션새비 유니

모션새비 유니는 일반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화 애플리케이션이다. 수화를 실제 음성이나 글로 변환해 준다.

이 기술은 태블릿PC와 연결할 수 있는 동작인식 센서로 청각장애인의 수화를 해석한다. 이후 이를 시청각적인 텍스트와 소리로 바꿔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게 한다. 기존에 수화가 가능한 사람을 통해서만 이뤄졌던 일상생활에서의 대화를 태블릿PC 한 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타임은 이 기술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청각장애인들의 삶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사람을 통하지 않아 보다 쉽고 간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기술이 미국 수화만 인식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의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보인다.

라이언 해이트-캠벨 모션새비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의 수요는 대단하다”고 말했다. 제품은 오는 2015년 가을 경 출시될 예정이다.

◇블루룸

블루룸은 갇힌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영상 기술이다. 매일 갇힌 방에서 생활하는 교도소 재소자 등의 정신질환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루룸은 프로젝터를 사용해 벽면에 영상을 비춰 갇힌 공간을 사막, 숲, 폭포 등의 야외 공간으로 보이게 만든다. 지난해부터 미국 오레곤주 스네이크 리버 교도소의 일정 공간에 시범 운영되고 있다.

교도소 등에 갇혀 생활하는 환경은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이거나 자살, 폭력 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블루룸을 기획한 날리니 나드카리니는 교도관들이 블루룸을 폭력성 등 재소자들의 나쁜 행동을 치료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3D프린팅

3D프린팅은 이미 우리 삶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이다. 간단한 시제품 제작에서부터 인공장기, 음식까지 모든 영역에서 응용되며 생활에 혁신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타임은 공상과학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기술이 3D프린팅으로 실현됐다고 전했다. 새로운 프린팅 기술로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GE는 제트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중학교 학생들은 물리학을 배우며 3D프린터로 모형 자동차를 만든다. 식용원료를 적용하면 3D프린터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만들 수 있다.

3D프린터는 가격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미 1000달러(약 110만원) 내외로 살 수 있는 제품이 대거 등장해 소매 업체 스테이플스 등에서 구매 가능하다. 업체들은 가격을 더 낮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