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4년 유망직업 12개 중 가장 유망한 분야로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꼽혔다. 미국에서만 SW분야에 1년간 새로 생긴 일자리가 100만개가 넘고, 3년간 평균 고용 증가율이 11%, 개발자 1인당 시간당 임금이 45.06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SW 개발자가 박봉과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최강국이면서 변변한 글로벌 기업이 없고, 세계시장 1%에 못 미치는 영세한 구조를 갖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한 중소기업 대표는 불법SW 사용과 SW 가격을 심하게 낮게 책정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SW 적정가격 불인정과 불법SW 사용, 이 두 가지 문제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우리 SW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확인됐다.
다행히 정부는 SW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설립, SW 제값 받기 운동, SW 유지보수 비용 현실화 등 다양한 육성책을 가동하고 나서 가격문제는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불법SW 문제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불법복제율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소프트웨어연합(BSA)에 따르면, 2000년에 56%에 달하던 한국 SW 불법복제율이 2013년 38%까지 줄어드는 등 지난 10여년간 크게 줄었지만 아직 OECD 34개국 평균치인 25%보다는 상당히 높은 형편이다.
그리고 게임, 콘텐츠 등의 불법복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2013년 불법복제물 단속 적발된 건수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131만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적발 건수에 비해 42%가량 증가한 수치다. 일본 게임제작업체 닌텐도는 세계 지식재산권 위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불법복제가 심각한 국가로 지목했다. 또 스포츠인터랙티브는 축구게임 국가별 불법다운로드 건수에서 우리나라를 5위에 올렸다. 우리나라 국격에는 맞지 않는 모습들이다.
SW 불법복제에 따른 경제적인 손실은 SW 불법복제율이 1% 증가할 때마다 3700억원씩 커진다는 분석결과가 있다. 이는 적발된 사례를 모아 산정한 금액으로 실제 SW 불법복제 피해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SW 불법복제는 개발 업체의 수익 감소뿐 아니라 국가 세금 수익에도 손실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스트&영은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을 OECD 평균인 25%로 감소시키면 연간 약 1104억원, 5년 기준 총 5519억원의 추가 세수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SW 불법복제를 줄이는 문제는 산업 활성화 측면뿐 아니라 정부가 추구하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창조경제’ 측면에서도 유효한 일이다.
불법SW의 대안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이 주목 받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상의 유틸리티 데이터 서버에 SW를 두고 필요한 때 불러와 사용하는, 웹 기반 SW 서비스이므로 불법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기업 고유 지식재산권과 영업기밀 등 ‘보안’ 문제 때문이다.
가트너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난 5년간 연속해서 10대 IT 트렌드로 선정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우리나라 창조경제의 핵심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보안 강화와 확보를 위한 관련 법·제도 정비와 표준화, 보안침해 대응체계 연구 촉진 등이 필수인 것으로 보인다.
양영규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초빙교수 ykyang@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