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은 벤처업계의 기업가정신 부족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문화적 편견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벤처캐피털 투자회수 비율 집계 결과 미국 M&A 비율이 85.5%를 기록할 때 한국은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이 91.3%, 이스라엘은 83.3%, 인도 92.9%, 중국도 57%다. 한국이 세계적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M&A가 안 이뤄지는 시장인 셈이다. 업계는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사람을 빼가는 불공정거래 측면을 비롯해 임계량에 미달되는 시장 측면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특히 벤처와 벤처기업가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기업을 하는 이유가 개인이 돈 벌어 잘 먹고 잘 살려 한다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사회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기업을 한다는 전향적인 시각과 문화적인 토양이 있을 때 벤처하기 좋은 환경도 자리잡힐 것”이라고 전했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매출 150억원에 5개국에서 사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회수 시장은 여전히 답답하다”며 “한때 우리와 비슷했던 기업이 M&A되고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 업계나 정부가 무리를 해서라도 회수시장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창업 및 벤처를 권장하는 업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 자식만큼은 창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전문가들이 많은 게 한국의 현실”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혁신 벤처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