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즈] 해독주스, 청혈주스, 강남주스… 각종 건강주스의 유행으로 블렌더(믹서기)나 원액기 등 관련 가전제품 또한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가운데, 휴롬과 리큅 두 업체가 각각 다른 방식의 주스 제조를 내세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휴롬이 저속착즙 원액기로 주스 제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것과 달리 리큅은 고속 블렌더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휴롬과 리큅은 각각 원액기와 블렌더를 제조하는 회사다. 원액기는 멧돌처럼 지그시 눌러짜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칼날을 이용해 재빨리 갈아내는 블렌더와 다르다. 휴롬이 고수하는 느림의 미학의 단면을 보면, 지난해 10월 출시한 휴롬 2세대의 경우 이 저속착즙 방식을 더 강화해 회전 수를 1세대의 절반으로 줄였을 정도다. 휴롬 2세대 모터의 회전 속도는 40RPM에 불과하다.
반대로 리큅의 ‘RPM 프로페셔널 블렌더 LB-32HP’는 강력한 모터 성능을 강조한다. 리큅의 자료를 보면 최대 출력 2,400W의 모터를 탑재해 1분당 회전 속도가 3만 RPM에 달한다. 시장에 나온 블렌더 대부분이 500~800W 출력에 1~2만 RPM임을 생각하면 갑절이 빠른 수치다.
리큅이 무엇보다 모터 성능을 끌어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리큅 측은 “모터가 강력할수록 재료를 곱고 빠르게 갈아 소화 흡수율이 높고 영양소 손실이 적다”고 말한다. 모터 출력이 낮은 기존 블렌더는 갈아내는 힘이 약해 과일의 껍질이나 녹색 채소의 식이섬유를 먹기 좋게 분쇄하지 못한다는 것이 리큅 측의 주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리큅이 블렌더 외 원액기에게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리큅 하외구 대표는 지난 10월 리큅 센터에서 블렌더 시장 공략 전략을 드러낼 때 “휴롬 측도 우리 제품을 신경쓰고 있을 것”이라는 말로 관심을 내비친 적 있다. 리큅에게 국내 원액기 시장 90%를 차지하며 주스 제조 시장 강자로 군림해온 휴롬은 공략해야할 대상이다.
실제로 현재 리큅이 판매하는 블렌더의 홍보 자료를 보면 리큅 블렌더가 가장 좋은 건강주스를 만들 수 있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LB-32HP와 특정 원액기를 놓고 영양성분 함량 등을 비교하고 있다. 리큅 측에 확인해본 바 이 자료에서 리큅 블렌더가 비교한 원액기는 휴롬 1세대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자료에는 리큅 블렌더와 휴롬 원액기로 주스를 만든 결과 리큅 블렌더가 비타민, 식이섬유 등 각종 영양소를 더 많이 추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원액기와 섬유질 함량만을 비교분석한 자료도 있다. 일정량의 재료를 갈았을 때 리큅 블렌더는 원액기보다 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를 훨씬 많이 함유했다는 내용이다.
또 즙을 짜낸 주스(원액기)보다 껍질까지 갈아낸 주스(블렌더)가 인슐린 분비 조절에서도 유리하다는 실험결과를 담고 있다. 참고로 자료에 쓰인 실험은 수원여자대학교 식품분석연구센터, 한국기능식품연구원, 생로병사의 비밀 등을 출처로 하고 있으며 ‘본 결과는 당시 제공된 시료에 대한 결과로 제공되는 시료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정말 주스를 만들 때 원액기보다 블렌더를 이용하는 것이 영양적으로 더 효율적일지 궁금증이 생기는 일이다. 두 제품이 착즙 원리는 다르지만, 같은 건강주스 제조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인 만큼 더 효율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니 말이다. 리큅 측이 제시하는 비교 자료는 휴롬의 구형 원액기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 현재의 정확한 판단 기준으로 삼기엔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휴롬 측은 에두르는 모습이다. 휴롬 측에 리큅이 제시하는 실험결과와 식이섬유 손실 등에 관한 지적을 묻자 “영양소의 함량은 재료, 착즙 방법, 분석 조건 등 여러 가지 컨디션에 따라 그 결과치에 차이가 있다”며 “인체는 어느 한가지 영양소만이 질병과 노화, 건강을 좌우하지 않으며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작용한다”고만 답변했다.
“한 가지 영양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주스의 제작 원리와 그에 따른 여러 영양성분, 흡수율 등 체내에 미치는 영향과 개인의 체질, 컨디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휴롬 측의 주장이다. 현재 휴롬은 자사 원액기의 효능을 설명할 때 “저속회전으로 영양소 파괴가 적고 맛과 영양을 그대로 보존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낙균 기자 nakkoon@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