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지식재산의 신탁

지식재산이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발명가가 직접 회사를 경영한 사례와 발명가가 아닌 기업 경영 전문가가 회사를 운영한 사례를 비교해보자.

토머스 에디슨은 세계적인 발명가다. 하지만 사업가로서는 실패한 사람이었다. 그는 백열전구에 관한 특허를 취득한 후 에디슨주식회사를 설립해 활발한 사업을 벌였으나 오랜 시간 특허소송에 시달리면서 결국 사업에 실패했다.

김명신 명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mskim@mspat.co.kr
김명신 명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mskim@mspat.co.kr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카무라 슈지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했다. 청색 LED는 그가 근무하던 니치아화학공업이 그에게 직무발명 보상금으로 우리 돈 약 20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도쿄지방법원의 판결이 나올 정도로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발명이었다. 그러나 그가 직접 회사를 경영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오늘날 전 세계 연간 820억달러 규모의 LED 시장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일본 반도체업체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경영의 귀재로 잘 알려져 있다. 무려 23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던 일본항공을 인수해 불과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게 대표적인 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이공계 출신으로 발명가라는 타이틀과 동시에 경영자로서도 국제적인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지식재산(IP)만을 가지고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이들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다.

일반적으로 모든 분야에 다재다능한 사람보다는 특수 분야에 뛰어난 사람이 더 많은 법이다. 따라서 좋은 기술이나 콘텐츠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해 사업화하는 것은 전문가에게 위임해 진행하는 편이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철학으로 채택하고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지식재산의 창출, 보호 및 활용을 증진시키면서 동시에 이를 이용한 사업화를 능률적으로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정책이 있겠지만 필자는 지식재산의 ‘신탁’을 생각해봤다. 지식재산을 가진 자가 지식재산 수탁업체에 자신의 지식재산을 신탁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신탁회사가 이 재산을 운용해 나온 수익금을 나누는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신탁회사는 신탁받은 특허권을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영업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특허권을 침해당했을 때 직접 소송업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특허권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특허청에 납부하는 특허료도 지급하고, 그 특허권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과의 특허 사용 라이선스 계약까지 체결한다.

이렇게 되면 특허권자는 그 특허품의 제조나 침해소송, 각종 계약체결, 광고 등 일체의 업무를 신탁회사에 맡겨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익금을 기다릴 수 있게 된다.

이 방안의 장점은 금융기관이 지식재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지식재산을 근거로 담보대출을 받는 것보다 위험성이 낮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지식재산을 잘 운용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신탁 기간이 너무 짧을 경우 신탁회사가 그 사업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수 분야의 신탁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신탁법과는 별도로 일본처럼 토지·금전·주식·채권 등 유가증권과 지식재산도 신탁할 수 있는 신탁업법을 제정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식재산에 대한 금융 활성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지식재산의 신탁은 어떨까. 지식재산을 단순히 하나의 담보물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대상으로 보자는 얘기다.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지식재산의 보험개발과 함께 지식재산의 신탁개발을 건의한다.

김명신 명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mskim@mspa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