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가 항공·국방·의료·가전 등 대부분 산업의 핵심역량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또 우리나라 SW산업이 가진 기형적 구조 때문에 SW 선진국에 비해 SW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이 같은 우리나라 SW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법이 있다. SW산업진흥법이 그것이다. SW산업진흥법안에는 각종 진흥 정책을 추진하는 근거와 산업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 등이 포괄돼 있다. 한마디로 SW산업에서 SW산업진흥법은 마치 국가의 헌법과 같은 존재다.
이 SW산업진흥법이 새로운 변화를 위해 개정을 앞두고 있다. 두 명의 국회의원이 다소 차이는 있으나 큰 의미에서 유사한 개정안을 제출했고,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둔 상황이다.
이번 개정에 SW 산업인들이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두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 개정 취지에 ‘생태계의 근본적 개혁과 SW개발자 처우개선’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SW산업은 기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라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이 기형적 생태계는 최약자인 중소 SW기업과 SW 개발자들에게 악조건을 전가시킨다.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적 아웃소싱보다 단순히 사람의 머릿수를 채우는 하도급이 확대 재생산된다.
이런 구조 속에 하위 단계 도급 기업에 근무하는 개발자들은 단계가 거듭될수록 인하되는 대가로 인해 저임금에 시달린다. 동시에 상위 단계에서부터 내려오는 이른바 ‘갑의 횡포’로 인해 야근과 주말근무를 감내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SW산업계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이번 개정작업이 정치권에서 SW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 본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평가받는 이번 개정안을 바라보는 우려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 당장의 현실을 너무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실효적 성과를 거둘 수는 있는 것인지에 대한 걱정은 타당하다. 모든 정책과 제도가 단숨에 정착해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당위성이 모든 우려를 압도한다. 건설SI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하도급과 재하도급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십년 전부터 이어졌다. 업계 내부에서는 2년 이상 하도급 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지속돼 왔다. 물론 2년이 넘는 논의의 결과는 업계, 소관부처와 국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 세계경제가 SW 중심으로 재편되고 우리나라 역시 대통령이 직접 SW 중심사회를 선포한 지금 이때야말로 SW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절호의 기회다.
세부 조항에서 아직 더 다듬어야 할 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법이 통과되고, 다양한 하위 법령을 정비하면서 또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수순이다. 세부 사항들에 대한 우려 때문에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SW산업 근본 구조를 개혁할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하며 촉구한다. SW산업을 지탱해온 SW산업진흥법,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높은 경쟁력을 가지는 SW 선진국 대한민국의 모습이 하루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i@i-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