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중견·중소 SW기업이 해외시장을 공동으로 공략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추진된다. SW기업 연합을 구성하면 개별 수출기업이 겪어온 해외영업 네트워크 확보 및 브랜드 인지도 문제 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미들웨어·웹애플리케이션서버 등 시스템 SW와 그룹웨어·전사자원관리(ERP) 등의 기업용 오피스SW를 통합해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수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여러 기업이 연합체를 공동 수출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SW기업 육성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진출협의체(KGIT)’ 관계자는 “오피스, 그룹웨어, ERP·DBMS·가상화 분야의 국내 유명 기업들이 KGIT를 중심으로 한 데 모여 중동지역이나 독립국가연합(CIS)쪽 정부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을 추진한다”며 “우리나라 SW기업은 분야별 패키지SW 개발 및 상품화 능력이 뛰어나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KGIT뿐 아니라 인텔리코리아 등도 컴퓨터지원설계(CAD) 솔루션과 관련 패키지 SW를 함께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SW기업연합을 구상하고 있다.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대표는 “업계가 기업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개별 기업 브랜드로는 영업 능력 등이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합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산업연합회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미래창조과학부 등 신뢰성 있는 공공기관이 지원한다면 인지도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통합 SW수출 방법이 새로운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통합 패키지 형태로 수출하려면 SW별 호환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사업예산 및 시간부족 등으로 개방형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공유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티맥스데이터 관계자는 “기업별 SW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PI 등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먼저 나서서 투자하길 꺼려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정부 사업 과제로 API 호환성을 높이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해외에 진출한 SW기업의 실적 차이도 문제다. 특정 국가에서 SW 수출했던 기업과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 네트워크 간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상산 핸디소프트 대표는 “이미 수출시장을 확보한 기업은 SW연합체 동참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며 “각 SW기업이 겨냥하는 해외 시장이 다르다보니 동시다발적인 자원투입이 곤란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러 SW기업이 힘을 합치면 기술 시너지 외에도 마케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해외시장 공동 개척을 위한 최근 일련의 SW기업 연대 움직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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