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창조경제 전초기지 ETRI]<1>SW·콘텐츠 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김흥남 원장의 말대로 우리나라 ICT R&D의 ‘국가대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하는데 ETRI의 CDMA와 DRAM이 초석이 됐듯, 이제는 벤처기업의 든든한 ICT R&D 지원 기반이 되고 있다. 상당수 벤처 성공신화의 이면에는 ETRI의 첨단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창조경제 기반 위에 R&D와 기술사업화라는 두 토끼 몰이에 나선 ETRI 내 연구소를 돌아봤다.

ETRI의 기업 기술지원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사진은 ETRI가 개발한 핸드핼드스캐너.
ETRI의 기업 기술지원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사진은 ETRI가 개발한 핸드핼드스캐너.

전자책 및 디지털교과서 전문업체인 아이포트폴리오(대표 김성윤)는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와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창업 3년차인 이 회사는 2016년부터 190억원대 로열티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김성윤 대표는 “당시 2년밖에 안된 기업이 매출만 1조2000억원인 옥스퍼드대 대학출판부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하니 다들 긴가민가했다”며 “치밀하게 이루어진 현장조사에서 ETRI 연구원들이 직접 기술지원을 한다고 하자, 보는 눈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ETRI는 영국서 ICT R&D로 인지도가 높아 업체가 덕을 봤다. 스타트업 기업인 아이포트폴리오의 열정에 ETRI의 기술력과 공신력이 더해져 계약이 체결됐다.

ETRI SW·콘텐츠연구소(소장 한동원)는 ‘1실1사’ 기업지원 프로그램으로 ‘3649’를 유지하고 있다. 36개 연구실이 49개 기업을 밀착 현장 지원하기에 붙인 이름이다. 본래는 50개 였는데, 지난 달 말 안양에 있는 모바일 앱 업체가 NHN에 인수합병되면서 1개가 줄었다. 내년엔 4개 기업을 추가 포함시킬 계획이다.

대표적인 기업지원 성공사례로는 아이포트폴리오 외에도 헤드플레이(대표 김태관)와 누리텔레콤(대표 조송만)을 꼽았다.

헤드플레이는 ETRI로부터 모바일 비주얼 검색 기술을 지원받아 ‘코드체이서’를 선보였다. 지난 10월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제6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의 일환으로 처음 개최했다. 가족과 함께 스마트폰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고 역사도 배울 수 있는 체험형 게임이다. 조명이나 날씨, 촬영위치 등 다양한 실외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사진 판독결과를 보여준다.

한동원 소장은 “헤드플레이 구성원이 모두 웹툰 만화작가로 구성돼 있다.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며 “시나리오를 듣고 아무 조건 없이 비밀유지계약서(NDA)를 쓰고 연구원 3명을 상주시켰다”고 말했다.

누리텔레콤은 경량 운영체제 SW 기술을 지원받았다. 누리텔레콤은 스마트 원격검침 전문기업이다.

ETRI는 IPv6 지원경량 운영체제를 기술이전하고, 3년간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솔루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재 누리텔레콤은 한전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기 및 수도 검침사업에 참여해 현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성과 측면에서 SW·콘텐츠연구소는 클라우드 가상 데스크톱 서비스와 핸드핼드형 3D스캐너 및 3D프린팅 콘텐츠 저작도구, 10배 빠른 웹 가속 플랫폼을 올해 대표 성과로 꼽았다.

클라우드 가상 데스크톱 서비스(DaaS)는 사용자의 데스크톱 PC를 인터넷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하게 하는 서비스다. 인터넷 안의 내 PC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현재 ETRI 연구원 10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 망을 구축 중이다.

핸드핼드형 3D스캐너 및 3D프린팅 콘텐츠 저작도구도 관심을 끌었다. 수천만원대 외산 3D 스캐너 대비 10% 가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스마트교육 현장이나 3D 캐릭터출력, 제조부품,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또 3D프린팅을 위한 콘텐츠 저작도구는 3D모델링 지식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3D 프린터 출력을 가능케 하는 SW도구다.

이밖에 10배 빠른 웹 가속 플랫폼은 CPU와 GPU를 동시에 활용하여 10배 이상 빠른 웹 성능을 지원하는 최초의 개방형 임베디드 SW 플랫폼이다. 모바일용 2D·3D 그래픽, 이미지·비디오 처리, 3D 게임, 얼굴인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 인터뷰/한동원 SW·콘텐츠 연구소장

“SW분야는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영세합니다. 업체 사무실에 들어가 보면 앉아서 일할 책상이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렇게 지원한 기업이 커나가는걸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그게 보람 아닐까요.”

한동원 SW·콘텐츠 연구소장은 “지원나간 연구원들이 내년 먹거리 발굴을 걱정하면서도 열성적으로 하고 있다”며 “힘들 땐 서로 품앗이하며 일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서로가 없는 시간 쪼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은 기술 개발을 마무리 짓기 전에 수요처 요구사항을 반영시키고 있습니다. 과제가 끝나면 추가로 손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소장은 어려움도 호소했다. 상용기술을 기반으로 응용제품을 만들려면 추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SW중심사회를 부르짖고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올해까지는 산업 생태계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내년부터는 노약자나 정보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 사회적 약자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사회현안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한 소장의 내년 밑그림의 일단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를 단편으로 보지 말고 크게 묶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하자는 것이다. 똑똑한 컴퓨터 개념인 ‘디지털 엔젤’(수호천사)을 코드네임으로 삼아 일반인외에 노약자나 정보로부터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 서비스를 해주자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서울 및 수도권 중심에서 대전, 충청 지역중심 서비스를 고민할 계획이다. 대구나 광주 등에는 센터가 있어 기업 밀착 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전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대전충남 기업이나 대학, 지자체 대상 설명회도 갖고 도움 줄 것을 찾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더 좋은 삶을 지향해 나갈 것입니다.”

[ICT 창조경제 전초기지 ETRI]<1>SW·콘텐츠 연구소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