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최근 한국시장에 전방위 공세를 강화하면서 통신장비 업계에 이른바 ‘화웨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유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온 화웨이는 올해 이동통신사 무선장비 시장에 첫 진입했다. 최근에는 알뜰폰에 이어 통신사에 직접 스마트폰 단말기를 공급하면서 유·무선 통신장비부터 단말까지 막강한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이 때문에 저가 경쟁력으로 한국 통신시장을 급속히 잠식 중인 화웨이가 향후 한국 ICT 생태계를 좌우하는 큰 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화웨이 위협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가격 후려치기다. 입찰에 들어와 평균 이하 가격으로 국내 업체를 따돌린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화웨이야 이윤을 박하게 하고도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하지만 여력이 없는 국내 중소업체는 무작정 가격을 낮출 수 없다. 한 전송장비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 형성된 평균 입찰가 아래로 밀고 들어오는 화웨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기업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화웨이 저가 공세 위협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분야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재난망도 마찬가지다. 화웨이는 재난망 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강조하지만 업계가 두려워하는 건 가격 경쟁력이다. “국내 업체가 기지국 100개를 깔면 화웨이는 같은 돈으로 120개를 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사업인 만큼 가격도 사업자 선정을 위한 중요한 변수”라며 “화웨이가 저가로 밀고 들어올 경우 힘든 경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망의 경우 국가 주요 통신 인프라로 보안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화웨이가 참여할 경우 논란도 예상됐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기밀 유출 우려로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대만 정부도 훙하이그룹의 화웨이 장비 도입을 저지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화웨이가 재난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있다는 예상도 있다”며 “기업이 아닌 국가 인프라에 보안 이슈가 있는 화웨이가 참여하는 건 그 자체로 논란거리”라고 말했다.
최근 화웨이가 국내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인력을 노린 투자로 이미 동남아 곳곳에서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웨이는 특정 국가에 R&D센터를 지은 후 필요 분야 인재를 적극 스카우트해 관련 기술을 획득한다.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면 해당 부서를 해체하고 소속 인원은 다른 부서로 돌리거나 정리한다는 설명이다.
네트워크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한국은 화웨이에 수익 측면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이라며 “고도화된 국내 네트워크 환경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진입 후에는 일정 기간 저가 공세로 현지 제조사를 궤멸시킨 뒤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며 “이런 폐해가 화웨이가 앞서 진출한 동남아 곳곳에서 나타나는 만큼 국내 시장도 같은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