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연구개발 끝에 해외 대기업 제품 대비 품질과 단가가 전혀 밀리지 않는 나노융합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해외기업의 시장 선점으로 국내 시장조차 진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이사장 이희국)이 최근 ‘2014 나노융합산업주간’을 맞아 개최한 ‘나노융합 T2B 산업포럼’에서 한 나노소재 기업 임원은 이 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나노융합산업 육성을 위해 ‘T2B(Tech to Biz) 촉진사업’ 등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수요기업의 국산 나노기술·소재에 대한 인식전환 없이는 자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은 나노융합 기업의 성공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1부와 국내 나노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애로사항·공략방법을 논의하는 2부 패널토론으로 구성됐다.
토론에 참석한 나노융합 업체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대기업·수요기업이 우수한 국산 나노소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욱 영일프레시젼 이사는 “나노 고분자·세라믹 기반 방열소재를 개발했지만 해외업체 기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수요기업의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꼭 국산이라 써달라는 문제가 아니라 품질 비교검증 단계까지 이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네오엔비즈 부장도 “수요기업이 안정과 신뢰성을 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면서도 “국익 창출이라는 큰 명제 하에 국내 나노산업에 대한 기업의 인식전환과 정부의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가진 해외기업의 공세로 국내 나노산업 기반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국산 나노융합산업 확산과 글로벌화를 위해선 정부 지원 확대가 절실했다. 나노 소재 적용처와 수요기업 발굴에 해외 전시회 참여와 시장 조사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홍철 쎄코 대표는 “올해에만 10개의 국내외 나노산업 관련 전시회에 참석했다”며 “우리 기술과 소재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시장 의견을 바로 제품화에 적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중소기업의 자체 역량으로는 힘겨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장 큰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유럽 등 대규모 전시회 참여는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열활성(이소결) 알루미나를 국산화한 씨아에스의 한동길 상무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해외 판로개척을 위한 적절한 통역가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신소재 분야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도 매출 발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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