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대가 가이드’는 역사가 오래됐다. 예산수립 등 발주자 지원 목적으로 작성됐고 주로 공공부문에서 사용된다. 때문에 민간부문이나 서비스 제공자 시각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발주자는 ‘대가 가이드’에서 하한가로 제시된 기준을 현실에서 상한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이에 따라 민간업계에서 제값받기가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가장 많이 채택되는 투입공수 방식은 원가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투입인력의 수를 세는 헤드 카운트 방식이다. 실제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해당 인력이 계약대로 일을 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눈에 보이는 인력이 직접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산술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일한 만큼 대가를 지불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우선 제공 서비스의 가치보다는 양(量)위주의 서비스를 지향한다. 때문에 품질이 보장되기 어렵다. 마치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시험에 원하는 성적을 얻고 원하는 학교에 합격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 수험생이 원하는 성적을 얻기 위해 얼마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주어진 수험과목을 소화하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면 단순히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또 IT아웃소싱의 경우 투입공수 위주의 대가 산정방식은 제공사의 연구개발 능력을 저해한다. 이로 인해 고객사는 질 높은 가치위주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할 수도 있다. IT 분야의 기술진보 속도는 빠르다. 고객사 비즈니스 환경 역시 역동적으로 변한다. 이러한 IT발전과 시장변화를 따라가면서 고객사에 가치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제공사 역시 변화를 반영키 위한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SW업계 관계자는 “투입공수 위주의 대가방식에서는 제공사가 별도의 연구개발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연구개발 투자를 하더라도 해당 연구개발 비용이 가시적으로 투입인력과 어느 정도로 연관되는지 입증하기 쉽지 않아 사업대가로 보상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곧 제공사의 연구개발 의욕을 저하시켜 빠르게 변화하는 IT발전과 시장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제공사가 셰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로 경영효율화를 도모할 때도 투입공수 방식은 걸림돌이 된다. 셰어드 서비스는 고객사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유사한 서비스는 해당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를 리엔지니어링해 최상의 서비스가 나오도록 하면서도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상 경영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투입된 물리적 인력 수와 투입시간 위주의 투입공수가 아니라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 중에서 고객사가 인정하는 데 대해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투입공수 방식 안에서는 이 같은 셰어드 서비스 방식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