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테스트베드가 구축되면 국내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됐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공공안전 LTE(PS-LTE) 기술 개발과 테스트, 구축을 진행하는 글로벌 기업과 달리 국내 중소기업은 제품을 개발해도 테스트할 곳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단말기와 기지국, 중계기, 코어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성능을 검증하는 것은 중소기업에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해 언제든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재난망 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업체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한 무전기 제조업체 임원은 “국내 업체는 인력이 적고 사업 기회가 생겨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막상 제안 시기가 닥쳤을 때 성능 검증마저 안 돼 있으면 난감할 때가 많다”며 “하지만 이렇게 성능을 검증할 테스트베드가 생기면 미리 사업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산화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재난망은 국가 안위에 관련된 통신망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더불어 보안의 중요성도 매우 크다. 외국은 상용망에서도 외산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곳이 많다. 국산 장비가 늘어나고 안정성이 높아지면 어쩔 수 없이 외산 장비를 사용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인 재난통신 산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도 한결 수월해진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차세대 재난망 기술로 PS-LTE를 채택한 국가들은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산업기반 조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재난안전통신 시장은 2016년 242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큰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전국망 단위 PS-LTE를 구축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관련 산업을 육성해 세계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테스트베드는 우여곡절 끝에 사업에 착수한 재난망이 이처럼 새로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중소기업은 재난망 사업 완료 후에도 후속 사업을 물색할 수 있다. 테스트베드는 재난망 구축이 마무리된 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에 설치된 망이기 때문에 사물인터넷(IoT)과 연계하는 등 재난통신 외 여러 응용 서비스가 가능하다. 중소기업은 다양한 장비와 솔루션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재난망 사업 관점에서는 국가가 검증한 안정적인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독점적 기업이 제품을 공급하면 성능과 기능이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소방과 경찰 등 현장 실무자들은 저품질 장비를 써야 한다. 이런 장비는 전체 망 연동에 문제를 일으켜 재난 기관 종사자와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내년 시범사업은 소규모 재난망을 구축해서 우리가 원하는 재난통신 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를 보는 과정으로 각 장비의 성능 검증은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검증된 장비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전체적인 사업 지연을 막을 수 있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테스트베드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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